해운대 엘시티(LCT)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매섭다.

지난달 28일 회삿돈 70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을 구속기소한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다음날 곧바로 친박(친박근혜) 핵심인물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어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달 1일 구속했다.

법원은 1일 현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지 5시간여 만에 영장을 발부했다.

유·무죄를 다투는 중량감 있는 인물의 구속 여부를 장고 끝에 결정하는 법원의 관행으로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그만큼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명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은 또 친박 중진인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과 가족, 측근들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복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이 의원이 엘시티 사업의 특혜성 인허가에 개입하고 뒷돈을 받은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뜻이다.

이 의원 측은 "엘시티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검은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를 파헤친 검찰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법조계와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벌써 현 전 수석과 가까운 또 다른 친박 중진 의원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달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정기룡 전 부산시장 경제특별보좌관을 조만간 다시 불러 엘시티 인허가 과정에 제기된 특혜 의혹과의 관련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부산시와 해운대구의 전·현직 고위관료가 개입했는지 확인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부산은행이 지난해 1월 자금난에 시달리는 엘시티 측에 이른바 '브릿지론' 명목으로 3천800억원을 지원한 경위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답답해 보이던 검찰 수사가 이 회장 1차 기소 후 이처럼 급물살을 타자 부산지역 정관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상당수 인사가 검찰 수사에 안테나를 세우고 측근 등을 통해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이 있는 한 인사는 2일 "'혹시 검찰에서 들리는 얘기가 없느냐'는 전화가 부쩍 많이 걸려온다"면서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도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으면서 부산지역 정관계가 술렁이고 있다"면서 "어디까지 확대될지 초조하게 지켜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