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조사결과 발표…"설계·시공·관리 문제 중첩돼 발생"

올해 2월 중대결함이 발견돼 긴급 통제됐던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의 텐던(강연선 묶음 다발) 파손 원인은 수분에 의한 강연선 부식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는 올 6월 중간 조사결과 발표 내용과 같은 것이다.

서울시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정릉천고가 중대결함 원인조사'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2월 해빙기 안전점검 중 정릉천고가에 중대결함이 발견되자 서울시는 관련 학회들과 8개월간 공동 조사를 벌였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을 비롯해 한국교량 및 구조공학회, 대한토목학회, 한국콘크리트학회의 조사결과와 시 안전대책자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최종결과를 도출했다.

시는 "중대결함 원인은 텐던 내부 강연선 부식이며, 부식은 설계, 시공, 규정, 유지관리 등 여러 원인이 한 지점에 중첩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연선 부식을 방지하려 채워 넣는 그라우트(시멘트, 물, 혼화제를 섞은 건축재료)가 폴리에틸렌(PE)관 내부에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라우트의 물 비율이 높아 수분이 발생했으며 이 수분이 강연선을 부식시켰다.

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은 PE관 에어벤트(공기구멍)로 염화물을 함유한 수분이 침투해 강연선 부식이 촉진됐다.

이런 결함은 1990년대 국내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져 1999년 정릉천고가에도 적용된 PSC(Pre-stressed Concrete) 공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로 파악됐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하중을 지지하는 철근 콘크리트 교량과 달리 PSC 교량은 하중이 발생할 부위의 콘크리트에 미리 텐던을 넣어 만든 후 긴장력 조절로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을 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PSC 교량의 텐던 부식으로 인한 문제점이 대두돼 연구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정보나 시공 기준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릉천고가 결함 원인을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면, 설계상 해당 구간은 도로의 횡단 경사가 완화되는 구간으로 종단경사도 0.15%로 노면에 물이 고이기 쉽고 배수가 어려운 형태였다.

또 에어벤트가 교량 상부에 있어 포장이 손상되면 노면수 침투 가능성이 있었다.

시공·관리상으로는 시공 당시 그라우트의 물-시멘트비 규정은 45%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그라우트 충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에어벤트 마감도 꼼꼼히 되지 않았다.

당시의 기준 역시 미비해 블리딩(콘크리트가 굳는 동안 혼합수 일부가 분리돼 표면으로 상승하는 현상) 가능성이 있었고, 압력주입 방법, 그라우트 주입 위치 등에 대한 규정도 미비했다.

준공 이후 정밀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했지만, 텐던 관리 지침 미비로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의 경우도 2000년대 초반에서야 그라우트 품질 규정이 강화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이번에 PSC 공법으로 시공된 교량 14곳을 특별 정밀점검한 결과 중대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연내 PSC 교량 안전점검 매뉴얼을 만들어 적용하고, 중앙부처에 관련 지침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