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3개팀 진앙 등 찾아가 주민 상담치료
전문가 "위험에 대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자기조절 도와야"

"작게 쿵쾅거리는 들리는 소리에도 심장이 떨려 불안해요."

경북 경주에서 규모 3.5 여진이 난 지난 21일 낮 경주시 동천동 아파트에 사는 이진희(44·여)씨는 욕실로 냅다 뛰어들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씨는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숨쉬기조차 편치 않다"며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진앙인 내남면 덕천리에 사는 신진구(72)씨는 "평소 혈압약을 먹는데 요즘에는 불안 증세가 심해서 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지병에 약이 듣지 않아 병원에 다니는 마을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심리적 불안감과 신체적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22일 경주시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해 상담한 사례는 514건에 이른다.

주로 보건팀이 가정을 방문해 상담한다.

주민이 보건소를 직접 찾거나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상담 사례도 적지 않다.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는 "불면을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가슴 답답해하거나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며 "혈압이 높아지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된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상담자 중 청심환을 드시는 분이 많았다"며 "홀로 사는 어르신은 더욱 불안해 집 안에 있지 못하고 계속 동네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경주지역 약국에는 청심환이나 신경안정 계통 약품 판매가 부쩍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경주뿐 아니라 대구 등 인근 지역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구 신암동에 사는 송모(38·여)씨는 "여진을 느낄 때마다 놀라 건물에서 뛰쳐나온다.

불안해서 안에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지만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이렇다 할 컨트롤 타워도 없다.

경주에서는 시 정신건강증진센터, 도 정신건강증진센터, 복지부 지원 의료기관 등 3개 팀에서 현장을 찾아 지진 트라우마 환자를 보살피고 있다.

그러나 3개 팀 인원은 10여명이 전부다.

이외에 국민안전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가 적십자사 등과 연계해 상담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우선 진앙 주변 주민을 중심으로 상담하고 추후 마을회관이나 주민이 많이 모이는 장소 등을 돌며 심리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보건 업무 담당자는 "지금 하는 활동이 평소 지역별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수행하는 스트레스 상담, 자살예방 사업 등을 연장 또는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민안전처와 보건당국이 함께하고는 있으나 이렇다 할 매뉴얼이나 컨트롤타워는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시민 불안은 점차 커지고 상담 인력은 더욱 달린다.

김명찬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자연재해 이후 공포감을 느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거나 잘 먹지 못하는 것은 위험에 민감해지는 인간이 보이는 생리적 특성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또 "작은 자극에도 너무 놀라고 불안해한다면 명상, 심호흡 등을 통해 안심할 수 있게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난 때 대응하는 행동 요령은 있지만 그로 인한 심리적, 생리적 변화에 대처할 매뉴얼은 현재 따로 없다"며 "주민이 자기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정부, 지역사회가 대처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