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고지서 받아보니…폭염에 에어컨 사용 늘어 누진제 적용

가정용 누진제로 인해 우려됐던 전기요금 급증이 현실로 나타났다.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 등 전기 사용량이 늘어 요금 증가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실제 고지서를 받아본 서민들은 가계부담을 걱정했다.

광주 서구의 일반주택에 사는 윤모(46)씨는 지난달 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사용한 전기요금을 휴대전화 문자로 받았다.

전달 전기료 12만원 가량을 납부한 윤씨는 이달엔 32만9천여원이 청구됐다.

자영업을 하는 윤씨는 전달에는 489kWh 사용해 12만5천원 가량 요금이 나왔으나 이달에는 3배가량 증가했다.
전기요금 급증에 서민들 부담…"올 추석엔 친정에 선물 못해요"
전기 사용량은 두 배에 미치지 못했으나 누진제 때문에 요금은 3배가량 뛰어 올랐다.

윤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열대야가 시작돼 에어컨을 하루 6∼8시간 틀었더니 요금이 이렇게 많이 나왔다"며 "검침일이 매달 9일인데 이달 10일 이후에도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있어 내달에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광주 일반주택에 거주하는 박모(50)씨도 전달에는 300kWh를 사용해 전기요금이 6만2천원가량 나왔는데 이달에는 500kWh 정도 사용해 전기요금이 12만원 가량 부과돼 두 배가량 증가했다.

박씨는 "정부에서 전기요금 20%를 할인해준다고 했지만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이달에는 여름 휴가비 등 가계지출도 많은데 전기요금까지 늘어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이번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6월 2일부터 지난달 초까지 260kWh를 사용해 3만5천여원을 낸 A씨는 이번달 510kWh를 사용해 14만4천여원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수원의 한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이달 8일 기준 전기료로 4만원을 부과받았다.

전기 사용량이 276kWh로 누진요금이 적용되진 않았지만, 폭염에 에어컨을 매일 켜다 보니 전달 요금 1만9천여원(165kWh 사용) 보다 2배 가량 많은 금액을 내야한다.

B씨는 "누진제가 적용되진 않았지만 매일 4∼5시간 에어컨을 켰더니 요금이 평소보다 2배 많이 나왔다"며 "기준날짜가 만일 매달 중순 정도였으면 다음 달쯤엔 누진요금을 적용받을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전 서구에 사는 이모(60)씨도 전달까지 352㎾h를 사용해 6만3천여원을 납부했는데 이달엔 455㎾h를 사용해 10만8천원을 낼 상황이다.

전기 사용량은 1.3배 정도 더 썼는데, 요금은 1.7배 늘었다.

이씨는 "아이 때문에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는데 누진제가 적용되면 요금이 얼마나 오를까 싶다"며 "당장 더위는 쫓았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일반 주택과 달리 12∼13일께 전기 사용량 검침을 한 뒤 20일 전후로 고지서가 각 가구에 전달되는 아파트 주민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정모(43)씨는 "아이들이 방학이어서 더위를 이기지 못해 밤낮없이 에어컨을 틀었다"며 "무더위가 이달 말까지 지속한다고 해 다음달에도 전기요금이 20만∼30만원 가량 나올 것 같다"며 빠듯한 살림살이를 걱정했다.

정씨는 "다음달 추석에는 시댁과 친정에 용돈과 선물도 해야 하는데 전기요금 폭탄 때문에 쪼들린 추석을 쇠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전력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16일 "현재 누진제 제도에서는 가정용 전기 사용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요금은 대폭 올라간다"며 "이달에 고지된 전기요금은 정부의 결정에 따른 요금 인하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금 인하가 적용되면 가계의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승현 이재림 최해민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