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해경, '비밀배출구' 설치 직원 등 2명 입건…윗선 방조·묵인 수사
동서발전 "유해물질 배출 의도 없어" 해명…해경 "설득력 없어" 재반박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이 '잠수펌프'까지 몰래 설치해 유해물질을 바다에 배출해 오다 적발됐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1일 유해물질과 폐유를 바다에 배출한 혐의(해양환경관리법 위반)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관계자 2명을 입건, 조사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울산시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환경관리 부서 차장 A(45)씨는 2013년 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소포제(거품 제거제)의 하나인 디메틸폴리실록산 290t을 냉각수 30억t에 섞어 바다로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해양환경관리법상 유해액체물질 중 'Y류'로 분류된다.

Y류는 해양자원이나 인간 건강, 해양의 쾌적성이나 적합한 이용에 위해를 끼치기 때문에 해양 배출을 제한하는 물질이다.

해경은 A씨의 전임자들이 배출한 양을 포함하면 2011년부터 총 500t의 디메틸폴리실록산이 배출된 것으로 보고 전임자들도 수사할 예정이다.

발전기술 부서 사원 B(54)씨는 2013년 10월 발전기에서 발생한 유성혼합물(폐유가 섞인 물)을 바다로 몰래 배출하기 위해 유수분리조 안에 잠수펌프(용기에 든 액체물질을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성혼합물은 따로 저장했다가 폐기물처리업체에 위탁해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발전소 측이 잠수펌프를 이용해 유성혼합물을 바다에 흘려보낸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양수기 기능을 하는 잠수펌프와 연결한 호스를 해상배출구 쪽으로 빼내 일종의 '비밀배출구'를 만든 뒤 유성혼합물을 배출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올해 3월 발전소 주변 어민과 해양종사자로부터 "악취가 심하다"는 신고를 접수, 수사를 시작했다.

해경은 울산화력본부를 압수 수색해 확보한 자료에서 소포제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사용한 기록을 확인했다.

또 유수분리조와 잠수펌프 호스에 각각 잔존하던 유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두 성분이 동일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는 폐유가 섞인 오염수가 펌프를 거쳐 바다로 배출됐다는 의미다.

해경 관계자는 "오염물질 배출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에 따라 윗선의 방조나 묵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면서 "공기업에서 환경범죄 혐의가 드러난 만큼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없는지 다른 해양시설과 업체를 상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잠수펌프는 태풍, 폭우 등 천재지변으로 유성혼합물이 넘쳐 바다로 유출되는 상황에 대비해 설치했을 뿐 몰래 유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디메틸폴리실록산 배출에 대해서는 "허용농도 등 세부기준이 없어 그동안 모든 발전소에서 소포제로 사용했던 물질"이라며 "이 물질 사용에 대한 논란이 있어 지난해 8월부터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잠수펌프는 짧은 시간에 다량의 우수를 배출할 만큼 용량이 큰 것이 아니어서 '천재지변 대응용'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고, 디메틸폴리실록산의 유해성에 대해 그동안 몰랐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