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검찰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를 저지른 검사를 징계 절차 없이 의원면직 처분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지검 형사1부 소속이던 A 검사는 지난달 중순 사표를 냈다.

고소장을 분실하자 같은 고소인이 낸 비슷한 내용의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각하 처분했다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고소장을 분실하면 고소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다시 고소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검사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이런 원칙을 무시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검사는 "책임지겠다"며 사표를 냈다.

검사 못지 않게 검찰의 대응도 석연찮았다.

비위를 저지른 검사가 사표를 냈다면, 당연히 감찰조사를 했어야 했지만,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감찰에서는 고소장 분실 경위와 고의성 여부, 임의로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원래 고소장인 것처럼 꾸민 이유 등을 조사해야 했다.

감찰 결과가 나오면 그에 합당한 징계를 내리고 나서 후속조치를 해야 했다.

더군다나 해당 검사가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이어서 '봐주기' 아닌가 하는 뒷말도 나온다.

부산 법조계의 한 인사는 "고소장을 다시 받으면 간단한데 아무리 같은 고소인이라 해도 다른 고소장을 복사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아무리 경징계에 해당하는 비위라고 해도 검찰은 당연히 감찰을 거쳐 합당한 징계를 하고 나서 사표를 수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예상되는 징계 경중이나 고의성 여부를 떠나 징계를 받고 검찰에서 나오면 변호사회에 등록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검찰에서 슬쩍 눈감아 준 것 아니냐"며 "절차를 중요시하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한다는 검찰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단순한 실수로 파면 혹은 해임 같은 중징계를 내릴 만한 사안은 아니어서 해당 검사가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충분히 책임지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해당 검사를 배려했다는 봐주기 의혹은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