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휴가지에 버리는 경우 많아…주인 못찾으면 안락사
반려동물 시장 기형적 구조…"과다공급으로 유기 급증"

싫증이 났다며, 혹은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한때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한해 8만 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무책임한 반려동물 주인이 휴가철인 7∼8월, 휴가지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갔다가 버리고 돌아오는 일도 매년 반복된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반려동물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로 인한 과다 공급으로 유기동물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 늙고 병들면 "필요 없다"
경기도 소재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 복지센터에는 30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보호를 받고 있다.

한쪽 다리가 잘린 채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2살짜리 포메라니안 '꼬롱이'도 그중 하나다.

전 주인은 자신의 실수로 오토바이 체인에 꼬롱이의 발목이 절단되자 서울시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 앞에 꼬롱이를 버리고 갔다.

주민 제보를 받은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지자체 담당자와 함께 전 주인을 찾아냈지만, 그는 고의 유기 사실을 털어놓고 행정처분을 받았을 뿐 꼬롱이를 다시 데려가지는 않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달 10일 꼬롱이를 데려다 치료를 해주고 정성껏 돌보고 있다.

벌써 1년 넘게 센터에서 보호 받는 푸들 '백이'도 비슷한 이유로 유기됐다.

백이는 지난해 5월 5일 센터 앞에 놓인 검은 가방 안에서 사료 한 봉지와 함께 발견됐다.

건강검진 결과 백이는 치주염 탓에 턱관절이 거의 녹아 내려 입도 다물지 못했다.

동물자유연대는 10살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백이가 늙고 병들자 치료비가 아까웠던 전 주인이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입양결연 담당 조성진 간사는 "한 가족처럼 생각하고 키워야 할 반려동물이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버리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많다"며 "입양을 희망하는 새 주인들도 어리고 예쁜 반려동물을 원하기 때문에 일부 반려동물은 10년 이상 센터에서 생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반려동물 유기 한해 8만 마리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발생한 유기동물은 8만 2천여 마리로, 이중 개가 5만 9천여 마리(72.7%), 고양이 2만 1천여 마리(25.9%), 기타 1천여 마리(1.4%) 등이다.

이는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파악한 수치로, 버려진 뒤 거리를 헤매거나 끝내 죽은 반려동물을 합치면 그 숫자는 두 세배에 달할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는 추정한다.

특히 휴가철인 7, 8월에는 휴가지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갔다가 버리고 돌아오는 사례도 매년 반복된다.

그러나 유기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동물 주인에게 뒤따르는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을 유기한 사람에게는 1차 30만 원, 2차 50만 원, 3차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이다.

반면 유기된 반려동물은 생사를 오가게 된다.

꼬롱이와 백이처럼 동물보호단체에 맡겨지면 후원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각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는 사정이 다르다.

전국 307곳의 유기동물 보호소의 일시 수용 가능량은 2만 2천여 마리에 불과하고, 평균 23일의 보호 기간에 드는 비용이 마리당 12만 원에 육박한다.

결국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새 주인이나 원래 주인을 찾지 못한 유기동물에 대해 안락사를 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유기동물 처리상황을 보면 개인 분양 2만 6천여 마리(32%), 자연사 1만 8천여 마리(22.7%), 안락사 1만 6천여 마리(20%), 소유주 반환 1만 2천여 마리(14.6%) 등이었다.

◇ 반려동물 시장 "기형적 구조"
전문가들은 유기동물 문제에 대해 반려동물 시장의 기형적 구조를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한다.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에서 2014년 내놓은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그리고 식용도살 실태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국에는 3∼4천여 개의 번식장이 있다.

농림부에서 발표한 800∼1천여 개에 비해 서너 배는 많은 숫자다.

대체로 한 농장에서 최소 100∼200마리, 많은 경우 700∼800마리를 번식하게 되는데, 이 반려동물들은 전국 최소 20개에 달하는 경매장에서 거래된다.

카라는 규모를 파악한 16개의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반려동물 숫자를 토대로 매주 5천 마리, 매달 2만 마리, 매년 24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경매에 부쳐진다고 설명한다.

카라는 자료에서 "한국 사회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반려동물이 과잉공급되고 있다"며 "유기와 학대, 안락사란 이름으로 살처분에 내몰리는 동물들을 지금과 같이 밀어내는 경매장은 그 존재 자체가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세상으로 나온 반려동물은 누구든 어디서나 쉽게 입양할 수 있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대형마트나 길거리의 펫샵에서도 충동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무분별하게 반려동물이 유통되다 보니 유기동물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연인 사이에서 선물을 주고 받을 정도로 값싸게,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과잉 공급은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번식장에서 시작된다"며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번식과 유통은 선진국 수준으로 엄격한 법과 제도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자 농림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3개월에 걸쳐 전국 동물 생산업소 사육실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등록제로 운영되던 동물생산업을 2012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신고제로 전환했으나 불법영업이 줄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림부 차원의 조사를 통해 파악한 생산업소 및 사육농가에 대해 점검을 실시, 신고여부부터 관리상태까지 면밀히 살필 것"이라며 "조사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