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자금 100억원대' 소문·분식회계 및 자금세탁 의심 정황도 추적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정 대표 주변의 비자금 등 금융거래 추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검찰이 로비 관련성을 의심할 만한 자금 흐름을 찾는 가운데 정 대표가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3일 네이처리퍼블릭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전자결재 자료, 내부 보고 문건, 화장품 사업 관련 계약서 등을 대거 확보해 검토하고있다.

자금 추적은 법원·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와 공무원, 재계를 상대로 각종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풀어내기 위한 핵심적인 절차다.

로비 관련 불법행위는 통상 밀실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분식회계나 차명계좌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증거 확보나 범죄 입증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금융거래 추적은 수사의 중요한 단서이자 증거가 된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금품 로비나 변호사들과의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면 '실탄' 역할을 한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최종 사용처는 어디인지를 밝히는 데도 필요한 수순이다.

변호인들에게 지급된 거액의 수임료뿐만 아니라 명목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비나 용처가 불확실한 현금 거래 등도 추적 대상이다.

정 대표의 로비 의혹과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 언론 등에서 거론되는 액수는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다.

정 대표는 '전관 로비' 외에도 지하철 역내 화장품 매장 확대, 롯데 면세점 입점 등을 위해 공무원이나 재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변호사 1명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건네진 게 9억원, 롯데 면세점과 관련해 언급되는 액수는 20억원이다.

지하철 매장 운영권 인수 등을 위해서는 100억∼20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 중 수십억원이 대관 로비 명목일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검찰은 정 대표가 여러 사업체 운영 과정에서 가지급금, 선수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 다양한 명의자의 차명계좌와 통장을 활용해 '자금 세탁'을 했을 가능성 등을 의심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사업 전반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정황이 포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매장 임대료 부풀리기 등 방식으로 로비에 사용할 비자금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 자금으로 임대료를 높게 지급하고, 원래 임대료와의 차액을 자신의 계좌로 받은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4일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세 납부 내역 등을 확보해 들여다보는 것도회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 규명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의혹과 관련,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밝혀 강도높은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사건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통상 금융거래 추적은 소환이나 체포 등에 앞서 의심스런 자금의 종류와 규모, 관련자 등에 관한 증거를 확보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고 범죄를 추궁하는 단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전관 로비' 의혹 규명과도 직결될 수도 있다.

지난해 검찰이 10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정 대표를 수사하면서 도박자금 출처를 뒤졌지만, 회삿돈을 횡령해 자금을 마련한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정 대표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된다면 지난해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동시에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동원한 '전관 로비' 의혹을 뒷받침하게 되는 모양새가 돼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검찰이 정 대표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정조준함에 따라 비자금 운용 규모와 조직적 관리 실태, 이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편법·불법행위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