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행 주도 30대 아들 구속·부모 불구속 입건

특별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전전하던 정모(37)씨는 사기행각으로 쉽게 돈을 벌려는 꾀를 문득 냈다.

심장이 안 좋아 입원한 아버지 몫으로 하루 5만원씩 보험비가 별다른 의심 없이 꼬박꼬박 입금되는 것을 보고 '허위로 보험금을 타내도 되겠다'는 비뚤어진 생각을 한 것이다.

정씨는 2007년 1월부터 입원비 특약 보장보험 등 11개의 보험을 집중적으로 가입한 뒤 그해 7월 역류성 식도염과 관절염에 걸렸다고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가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중한 병이라며 입원을 해야겠다고 우겼다.

정씨는 당시부터 2015년 12월까지 서울과 제주에 병원 12곳을 번갈아 가며 546일간 입원했다.

그간 정씨가 받은 보험금만 2억5천452만원이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가 입원한 역류성 식도염과 관절염은 통원치료만으로도 충분히 나을 수 있는 가벼운 정도였다.

정씨는 입원 중에 무단 외출·외박을 하며 정상인처럼 지내기도 했다.

정씨의 어머니 장모(59)씨도 아들의 권유에 보험에 들어 2007년 9월부터 관절염 등으로 539일 입원, 16개 보험사에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해 3억9천여만원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장병 등의 지병이 있어 병원에 자주 가던 정씨 아버지(65)씨도 결국 아들 꼬임에 넘어갔다.

2009년 7월부터 관절염 등을 앓고 있다고 속여 607일간 입원, 10개 보험사에서 허위로 보험금 5억7천여만원을 수령한 혐의를 받게 됐다.

이들 가족 3명이 9년간 입원한 날은 총 1천692일, 부당 수급 보험금 액수는 12억1천만원이 넘는다.

이들 가족은 일정한 직업이나 고정적 수입이 없이 매월 보험료 188만원을 낸 뒤 입원해 받은 한 달 평균 1천여만원의 보험금으로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가족의 사기 행각을 주도한 아들 정씨를 구속하고, 부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변대식 제주동부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보험사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이들 가족은 한 번 입원에 5천만원 이하로만 보험금을 받는 등 치밀했다"며 "보험사 등 관계자와 협력해 고의 교통사고 및 허위입원비 등 보험금 부정수급 행위에 대해 지속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