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수·시간제한, 곳곳에 안내문, 보호자 IC카드 출입증

지난해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들이 병문안 문화를 바꾸려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병원을 통한 메르스 감염 확산에 보건당국이나 일부 병원의 대응 잘못이 컸으나, 서구와 달리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자주 병문안을 하는 우리나라 관습 탓도 있다고 봐서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다수 의료기관이 평일과 주말·공휴일에 하루 1회~2회씩으로 병문안 제한 시간을 두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평일 오후 6~8시 1차례, 주말·공휴일은 오전 10~12시와 오후 6~8시 2차례 허용하고 있다.

별도의 병문안 시간제한 규정이 없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강화된 조치다.

오는 6월부터는 문병객 편의를 위해 병문안 시간을 1시간 정도 늘려 3시간 정도 허용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출입문마다 안내문을 부착해 문병객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며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별도의 팀을 운영해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은 더욱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병문안 시간 자체는 서울대병원과 동일하지만, '보호자 출입증 IC 카드'까지 도입했다.

국내 첫 사례다.

본관, 별관, 암 병원을 비롯한 모든 입원 병동 출입구에 IC 카드를 접촉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추가 감염 발생 예방'에 신경을 썼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IC 카드시스템 도입을 통해 환자와 문병객 모두가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외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등 대다수 의료기관은 나름의 면회 제한 지침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무분별한 병문안을 막기 위해 유인물 부착, 선간판 설치, 안내방송 등을 하며 문병객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강동성심병원 관계자는 "입원약정서에 보호자 병문안 제한 관련 문구를 명시했고, 보호자 출입증 패용 생활화를 위해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의 업무협약(MOU) 체결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15년 12월 강북삼성병원(서울)을 시작으로 경상대병원(경남) 등 전국 각지 권역별 11곳 의료기관이 MOU를 순차적으로 체결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병문안 문화 문제는 메르스 사태로 불거졌을 뿐이지, 사실 이전부터 언젠가 바뀌어야 할 문제로 인식돼왔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안전한 병문안 문화를 조성하고,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의료기관, 정부, 국민이 모두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