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휴먼스 청각장애인 사원 손혜원 씨 "일터에서 언어치료도 받고, 봉사도 하죠"
경북 포항에 사는 손혜원 씨(24·사진)의 하루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선천적 청력 상실로 청각장애 2급인 손씨는 포스코 계열 사회적 기업인 포스코휴먼스에서 매일 8시간씩 제철소 직원의 작업복과 수건을 세탁하는 일을 한다. 땀과 먼지에 절은 파란색 세탁물이 끊임없이 몰려들어 근무 시간엔 쉴 틈이 없지만, 그의 표정은 언제나 밝고 활기차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손씨와 수화 영상통화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직장 동료 중 내 또래도 있고, 엄마같이 나이가 많은 선배들도 있는데 모두 따뜻하게 대해준다”며 “직장에서 일하는 매 순간이 보람있고 즐겁다”고 말했다.

손씨가 포스코휴먼스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서울농학교 재학 시절 이 회사에서 직무체험 실습을 한 것이었다. 실습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그는 2012년 이 회사에 입사했다. 포스코의 사무지원과 클리닝 서비스, 정보기술(IT) 지원서비스, 건설·철강구조물 사업을 하는 포스코휴먼스는 전체 직원 중 46%인 191명이 장애인이다. 손씨와 같은 청각장애인을 비롯해 지체·시각발달장애 등 13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언어 소통 수단이 수화뿐이던 손씨는 신입 시절 동료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평상시엔 간단한 수화를 하거나 입 모양을 보며 대화했지만,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땐 많이 당황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포스코휴먼스는 손씨를 위해 포항시 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주 1회씩 언어 치료를 받도록 했다. 또 필담보조기를 지급하고, 작업 현장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공지사항을 문자로 안내했으며, 사내 행사와 교육 시 수화통역사를 배치했다.

손씨는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세 번씩 포항 시내 장애인을 위해 이불 세탁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일터에서 얻은 게 정말 많아요. 비록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해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배웠죠.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베풀고 싶습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