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후 아들인 김부겸 당선자(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는 부친 김영룡 씨.
개표 후 아들인 김부겸 당선자(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는 부친 김영룡 씨.
“이번이 대구에서 세 번째 도전인데 그동안 부겸이가 애쓴 보람이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구 수성갑에서 정통 야당 후보로 31년 만에 당선된 김부겸 후보의 부친 김영룡 씨(80)는 아들의 당선 소감을 묻자 대구 수성구의 유권자에 대한 감사로 말문을 열었다. 김 당선자 가족 가운데는 연예인인 둘째 딸 윤세인(본명 김지수) 씨가 지난 19대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서 큰 활약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출산으로 선거지원에 나서지 못하자 부친 김씨가 더 열정적으로 아들의 선거를 도왔다.

김씨는 “수성갑 선거구에 노인정과 경로당이 140여개가 되는데 어르신이 많은 곳과 적은 곳 가리지 않고 여섯 번씩 총 800여회를 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구의 60대 이상 분들은 인물 보고 야당 찍으려고 마음을 먹어도 투표장에 가면 손이 떨려 1번을 찍는다고 한다”며 “부겸이가 여당 발목 잡는 후보는 아니니 당보다는 인물 보고 투표해달라고 어르신께 지극 정성을 들여 부탁했는데 응답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한 편견이 강한 여당 텃밭에서 60대 이상 유권자 설득에는 예비역 공군 중령인 그의 이력도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62%대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부겸 당선자의 높은 득표율에는 60대 이상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당선자 선거사무소 이재관 공보담당은 “60대 이상에서 25~30%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분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힘겨운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지난 19대 때보다 지지율이 두 배 이상 올라갔다는 것이다.

김씨는 수성구 유권자들이 자주 찾는 성암산 욱수골 입구에서도 “부겸이 애비입니다”며 홀로 김 후보의 명함을 나눠주는 등 팔순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지원활동을 했다. 아들을 생각하는 극진한 부모의 마음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