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5억 한강 매점 사업자가 '사회적 약자'?
지난달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한강공원 매점 운영의 계약연장에 관한 청원’이 접수됐다. 한강공원 매점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가 1889명의 동의를 받아낸 이 청원에는 ‘서울시가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바꿔 사회적 약자인 현 매점 운영자를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무슨 사정일까.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공원 매점은 29개로, 2008년부터 민간투자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사업자가 매점을 무상 운영하되, 8년 뒤에는 서울시에 소유권을 반납하는 방식이다. 현 사업자들은 1980년대부터 한강공원에서 영업해온 노점상들이다. 서울시가 한강 정비사업을 벌인 2008년 노점 양성화 차원에서 기존 노점상을 운영자로 선정했다.

매점 29곳 중 14곳의 운영 기간이 지난 2월로 끝났지만 이들은 소유권 이전을 거부한 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시설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것이다. 계약대로라면 서울시는 소유권을 넘겨받아 경쟁 입찰을 통해 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입찰이 시행되면 대기업 계열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사회적 약자’인 자신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 현 사업자들의 논리다. 이들은 지난 8년 동안 매점 시설 개선에 35억원을 직접 투입했다고 항변한다. 서울시가 현 사업자의 우선권을 인정, 협상을 통해 수의계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 매점 한 곳의 연간 매출(카드 신고액 기준)은 최고 15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현금 거래는 사실상 빠져 있어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 서울시의 추정이다.

현 사업자들이 8년 동안 매점 시설에 35억원을 투자한 것은 맞다. 하지만 투자·운영비 등 현금흐름에 따른 수익성 분석 결과 2013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한강 매점 운영자들이 과거에는 노점상을 했지만 지금도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원을 검토한 시의회 의원 대부분도 이 같은 서울시 의견에 동의했다.

서울시는 협상을 통해 사업자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에 법과 원칙 대신 ‘사회적 약자로 행세하며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