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 비극''부천 초등생·여중생 사건' 공통점은

끔찍한 학대, 시신 방치·유기, 보호체계 허점…너무 닮아

7살 신원영군의 죽음은 올해 초 부천에서 발생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과 '여중생 딸 시신 방치 사건'과 여러모로 닮았다.

세 사건 모두 상상하기 어려운 부모의 학대로 어린 자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자녀가 숨진 뒤엔 시신을 내버려두거나 유기해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부모들이 경찰에 붙잡혀 범행이 드러난 뒤에도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처벌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일삼은 것까지 유사하다.

무엇보다 죽음의 문턱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렸을 피해 자녀를 구원할 사회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도 결정적 공통점이다.
<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 친모 A(39)씨는 "살아만 돌아와 달라고 빌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혼 후 면접교섭권을 가진 A씨가 원영이를 만난 2014년 6월,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신원영군 가족 제공

<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 친모 A(39)씨는 "살아만 돌아와 달라고 빌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혼 후 면접교섭권을 가진 A씨가 원영이를 만난 2014년 6월,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신원영군 가족 제공

◇ 훈계 벗어난 끔찍한 학대
원영군의 계모 김모(38)씨는 아이가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차가운 욕실에 가둬놓고 수시로 때렸다.

변기 바깥쪽으로 소변을 흘렸다는 이유로 원영이 몸에 살균제인 락스를 퍼붓는가 하면 지난달 초에는 아이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고 나서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고 20시간 동안 방치했다.

아버지 신모(38)씨는 계모의 학대 행위를 알면서도 처벌받을까 봐 계모의 학대를 모른 척했다.

원영이는 계모의 학대와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차디찬 욕실 바닥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피의자인 아버지 A(33)씨도 평소에 아들 B군(2012년 사망 당시 7세)이 "평소 거짓말을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다.

아들이 숨지기 직전에는 술에 취해 2시간 동안 주거지 욕실에서 얼굴을 때리고 머리를 걷어찬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6㎏에 불과했던 B군은 90㎏ 아버지에게 맞고 실신했지만, 병원에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부천 여중생 딸 시신 방치 사건의 목사 C(47)씨 부부도 가출하고 집에 돌아온 딸 D양(2015년 사망 당시 13세)을 빗자루로 5시간이나 마구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훈계차원에서 딸의 손바닥을 몇 번 때린 적 있어도 그날(사망 당시)처럼 심하게 때린 적은 없다"고 진술했지만, 5시간 동안 자행된 폭력은 상식 밖의 학대 행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 범행 은폐하려 시신 방치·유기…처벌 피하려 '거짓말'
지난달 2일 욕실 바닥에 쓰러져 숨진 원영이를 발견한 계모 김씨와 아버지는 아이를 이불에 둘둘 말아 베란다에 넣어놨다.

열흘 동안 시신을 방치한 이들은 원영이의 친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평택의 한 야산에 아이를 암매장했다.

신씨 부부는 범행이 발각될 것을 대비해 아이가 살아있는 척 연기까지 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 이혼 후 면접교섭권을 가진 A씨가 원영이를 만난 2014년 6월,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신원영군 가족 제공

<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 이혼 후 면접교섭권을 가진 A씨가 원영이를 만난 2014년 6월,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신원영군 가족 제공

원영이가 숨진 다음 날 신씨가 김씨에게 "원영이 잘 있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김씨는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는 등 답장을 보냈다.

이들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원영이의 책가방과 신주머니를 사놓는가 하면, 차량 안에서 "원영이 잘 지내겠지. 이사 가면 잘 키우자"는 대화를 나눠 블랙박스에 녹음되게 하는 등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초등학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A씨 부부는 범행을 은폐하고자 좀 더 잔혹한 방법을 택했다.

이들은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기에 이른다.

시신 일부는 집과 인근 공용 화장실에 버렸다.

나머지는 집 냉장고 냉동실에 3년 2개월 동안 보관했다.

애초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 사실은 숨기고 "아들을 강제로 목욕시키는 과정에서 아들이 넘어져 의식을 잃었으나 이를 방치해 한 달 만에 숨졌다"고 진술했다.

A씨의 부인(33)도 아들의 사망 시점을 줄곧 11월 8일로 주장했지만, 이는 10월 말 남편에게 맞아 실신한 아들을 내버려둬 숨지게 한 자신에게도 책임이 지워질까 봐 두려워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딸을 빗자루로 때려 숨지게 한 목사 C씨는 작은 방으로 딸의 시신을 옮겨 이불을 덮어두고 11개월 가량 방치했다.

작은 방 곳곳에는 악취 방지를 위한 방향제와 습기 제거제가 발견됐다.

C씨는 딸이 사망한 지 보름이 지나고 나서 경찰에 "딸이 가출했다"는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푸라기도 없었다'…보호망 작동 안 돼
원영이가 계모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3년 전에 알려졌다.

2013년 겨울 추운 날에도 얇은 옷을 입은 원영이 남매를 발견한 한 지역아동센터 직원이 원영이를 씻기다가 몸 군데군데 선명하게 남아있는 회초리 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센터 직원은 원영군의 학대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5차례에 걸쳐 원영이를 가정 방문했다.

하지만, 아동학대범죄에 관한 특례법이 생기기 전이라 경찰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내가 키우겠다"는 아버지의 강력한 요구에 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원영이의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도 더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원영군의 가족 등을 면담하고 나서 학대 요인이 사라진 것으로 판단, 지난해 4월 원영군 가정의 아동학대 관찰 및 사후관리를 완전히 종결했다.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피해자인 B군은 2012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두 달 뒤부터 무단결석했다.

A씨 부부는 아들이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에 색연필로 낙서한 일이 발생해 학교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자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해당 초등학교는 담당 주민센터에 B군의 거주확인을 요청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90일 넘게 결석해 '정원외관리대장'에 오른 B군은 결국 교육 당국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중순께 숨진 D양도 '정원외'였다.

D양이 장기 결석하자 학교는 그해 6월 초까지 3차례에 걸쳐 목사 C씨 부부에게 출석독려서를 발송했다.

이에 C씨가 교사에게 "딸이 가출했다"고 설명했고, 교사는 이런 사실을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

교육 당국은 무단결석 일수가 90일 넘으면 장기결석 아동으로 분류해 '정원외'로 분류하는데 이후에는 사실상 이들을 관리할 방안은 없었다.

당시 경찰의 장기 미귀가자 수사가 아니었다면 D양은 지금도 방 안에서 방치된 채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평택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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