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PC방 컴퓨터 46만6430대에 악성코드를 심은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인터넷 사기도박을 위해 사상 최대의 악성코드 유포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사기도박을 위한 악성코드를 제작·유포해 4년간 4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이모씨(36) 등 2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하고 16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한 이씨는 정보기술(IT) 벤처사업가인 양모씨(35)와 함께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패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악성코드를 제작해 전국 PC방 7459곳의 컴퓨터 46만6430대에 심었다.

전국 PC방 수가 대략 1만1000여곳이고 설치된 컴퓨터가 77만여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중 60%에 달하는 컴퓨터가 사기도박을 위한 ‘좀비PC’로 활용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2009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당시 감염된 27만대 등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씨 일당은 인천에 마련한 작업장 2곳에 인력을 고용해 사기도박을 벌이도록 했다. 피해자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로 인터넷도박을 하면 이들은 피해자의 패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판돈을 키워 돈을 땄다. 악성코드 유포에는 이씨 등이 2012년 1월 인수한 PC방 관리프로그램 운영업체가 이용됐다. 해당 업체는 PC방들이 관리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악성코드도 함께 심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