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순 없다. 예전보다 강화된 형태의 원자폭탄을 실험하는데 그쳤고, 그마저도 실패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관련 연구에 진전이 있는 만큼 다음에는 상당히 강화된 위력의 핵실험을 수행할 수도 있다.”

12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긴급진단: 북한 4차 핵실험 평가와 대응전략’ 포럼에서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 여부에 대해 이 같이 논평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이 선임연구위원과 김성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인문한국) 교수,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 이석수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 신성호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위원은 “이번 북한이 한 실험의 폭발 위력은 6~12kt(kiloton·천톤)에 불과하고 지진파 파형도 이전 세 차례의 핵실험과 유사해 수소폭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위력이 최소 수백kt에 달하는 수소폭탄은 북한 지형에서 실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실험무기는 원자탄 중간에 핵융합물질을 넣어 부분적으로 위력을 강화시킨 강화형 핵무기라고 볼 수 있다”며 “강화형 핵무기 역시 보통 40~50kt의 위력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북한의 핵실험 결과는 강화형 핵무기를 실험했지만 핵융합반응은 목표한 만큼 일어나지 않고 원자폭탄만 터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위원은 이번 실험을 무조건 실패라고 단정질 순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강화형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수소폭탄 제조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실험을 통해 북한이 핵융합물질 개발에 성공했고 많은 측정치들을 얻었기 때문에 다음 번 핵실험 때는 위력이 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참석자들 사이에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취해야할 외교정책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김성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한·미·일 삼각협력 강화는 양날의 칼”이라며 “삼각협력의 강화로 중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두 세력 간 대립구도가 지속되다보면 북한이 국제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한·미·일 3국의 대중압박이 중국의 유화적 대북정책을 이끌어 내길 바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홍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도 “시진핑 정권 들어 북한과 중국은 전통적 친선관계가 아니라 일반적인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로 바뀌었다”며 “국제 관계는 도덕과 당위가 아니라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논리를 만들어 중국을 설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