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욋돈 모아 6억원…노학자의 '제자 사랑'
올해 아흔 살이 된 노학자가 평생 월급 외 수입으로 모은 6억원을 제자들에게 장학금으로 쾌척해 온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1991년 정년퇴임한 김인배 부경대 양식학과 명예교수(사진)다. 12일 김 교수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재단법인 양식개발장학회를 해산하고 남은 기금 2억344만4656원을 부경대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1988년 이 장학회를 세운 그는 고령으로 더 이상 운영할 여력이 없자 해산을 결정했다.

이 장학회 기금에 얽힌 사연이 있다. 국내 양식학계의 태두로 꼽히는 김 교수는 교수 생활 40여년간 대학에서 받는 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가욋돈은 집에 가져가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장학회 창립기금 1억5000만원은 그가 UN 식량농업기구(FAO)의 특별 요청으로 1972년부터 양어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FAO로부터 받은 월급과 수당, 출장비 등을 모은 것이다. 1991년 정년퇴임 당시 제자들이 모아 준 3200만원도 장학회 기금으로 넣었다.

장학회 창립 후 28년 동안 학생들에게 전달된 장학금은 총 3억9852만1500원. 이 돈과 이번 부경대 기부금을 모두 합치면 6억원에 달한다.

김 교수는 1949년 부경대의 전신인 부산수산대 수산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부경대에서 40년 넘게 근무하며 어류양식 관련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했다. “젊은 시절 해방과 전쟁을 겪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수학과 영어는 물론이고 건축기술과 도서관 사서업무까지도 혼자 익혀야 했지요.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고, ‘일류여야 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했습니다. 돈 된다고 아무 일이나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본인과 국가를 위해 일해 주길 바랍니다.”

부경대는 김 교수의 기부금을 ‘김인배 장학금’이란 명칭으로 학생들에게 매년 500만원씩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