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대처 '3계명'…일단 피하고, 꾸미지 말고, 물 많이 드세요
황사 대처 '3계명'…일단 피하고, 꾸미지 말고, 물 많이 드세요
중국에서 올해 첫 황사경보가 지난 2일 발령됐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국내에서도 봄철 호흡기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3월 중순 이후 많이 발생하던 황사가 올해는 2~3주 앞당겨 시작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겨울 중국발 스모그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으면서 올봄에는 5년 만에 최악의 대기상태가 예고된다.

대만 정부는 중국발 황사로 호흡기 질환·심혈관질환 등이 유발되면서 매년 400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주장했고, 각종 중금속과 황화물을 함유한 유독성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강력한 우려를 나타냈다.

황사·미세먼지 피하는 게 상책

황사 대처 '3계명'…일단 피하고, 꾸미지 말고, 물 많이 드세요
전문의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황사에 맞서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황사가 몰고 오는 먼지의 양은 약 100만t. 평상시 대기 중 먼지 양의 3배가 넘고, 함께 섞여오는 구리·납·카드뮴 같은 중금속 농도도 2배에서 10배까지 높아진다. 게다가 각종 대기 오염물질까지 딸려 온다.

김병권 고려대 안산병원 산업의학센터 교수는 “한국에서 측정되는 황사 먼지 대부분은 입자 크기가 2.5~10㎛”라며 “이 정도의 미세먼지는 기관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호흡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일단 피하기’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건조한 날씨와 황사가 겹치면 감기나 폐렴 환자도 늘어난다. 목이 칼칼하면서 따갑고 기침을 하는 후두염은 어린이나 노약자는 물론 어른도 잘 걸린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때는 온도 변화에 적응하느라 건강한 사람도 면역력이 다소 떨어지고 건조한 날씨로 1차 방어막에 해당하는 코와 기관지 점막이 마르면서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사람도 황사가 괴롭다. 재채기가 계속되면서 맑은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지만, 열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할 때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콧물이나 코 막힘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몸 전체에 유해

황사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게 가장 좋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마스크·모자 등을 착용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면적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보다는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황사방지용 마스크는 일반 섬유보다 더 촘촘한 부직포가 여러 겹 겹쳐 있다. 특수 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적이다. 황사방지용 마스크는 약국·마트·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품 용기에 ‘의약외품’이라는 문구와 ‘황사방지’ 또는 ‘황사마스크’란 표시가 있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

아동은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온몸을 감싸고 크림·로션을 발라 피부에 보호막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모차를 타는 영유아라면 유모차에 비닐덮개를 씌우는 것이 좋다. 만약 아이가 눈을 자꾸 만지고 비빈다면 식염수나 인공누액을 떨어뜨려 눈을 세척해주고 피부를 긁는다면 따뜻한 물로 샤워한 다음 보습제품을 꼼꼼히 발라준다.

성인은 렌즈를 끼는 사람이라면 황사 때만큼은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도 보호안경이나 선글라스 등의 착용을 권할 만하다.

외출에서 돌아온 뒤에는 양치질은 물론 손과 발, 코 등 얼굴 곳곳을 세안해준다. 여성은 화장보다 클렌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나치게 뜨거운 물보다는 따뜻한 물로 세안을 하되 보습제를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하도록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일차적으로 피부나 점막을 자극해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악화시킨다. 눈에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미세먼지가 코로 들어오면 상·하부 기도 를 자극하고 염증이 생긴다. 심하면 폐렴이 되고, 이미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나빠진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뿐 아니라 몸 전체에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아주 작은 미세먼지 알갱이는 몸속에서 활성 산소 및 산화 스트레스를 만들어 세포나 조직을 노화시킨다.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윤호주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창문을 단속해 외부 오염물질이 실내로 들어오지 않게 하되 아파트의 경우 환기를 위해 개방한 뒤에는 먼지가 쌓이기 쉬운 곳에 물걸레질을 여러 번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황사가 아주 심한 날에는 두피 건강도 신경 써야 한다. 황사 먼지가 두피나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왁스·스프레이 등의 헤어스타일링 제품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

물 많이 마셔야

미세먼지를 잡는 가장 좋은 음식은 물이다. 혈액에 수분 함량이 많아지면 체내 중금속 혈중 농도가 낮아지고 소변을 통해 중금속이 배출된다. 1.5~2L의 충분한 양의 물을 먹는 것만으로도 미세먼지를 배출할 수 있다. 미역과 같은 해조류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독소 배출에 효과적인 칼륨이 풍부해 미세먼지에 엉겨 붙어 있는 중금속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고등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데, 이는 기도의 염증을 완화해 폐질환 증상인 호흡 곤란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녹차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은 수은·납·카드뮴·크롬 등 중금속이 몸 안에 축적되는 것을 억제해준다. 배에는 기관지에 좋은 루테올린 성분이 있다. 루테올린 성분은 폐염증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고 가래나 기침을 줄여준다.

마늘은 미세먼지 속 중금속 해독을 도와 체내에 중금속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미나리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미세먼지로 몸속에 들어온 중금속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해주고 혈액을 맑게 하는 해독작용을 한다.

신종욱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우리 몸은 운동량이 적어질수록 몸속에 들어온 나쁜 물질을 없애주는 기능도 떨어진다”며 “실내에서라도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사람들은 실내에서도 할 수 있는 맨손 근력 운동 등을 꾸준히 해주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미세먼지

눈에 안 보이는 지름 10㎛ 이하(머리카락 굵기의 최대 7분의 1)의 작은 먼지. 황산염, 질산염 등과 같은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만성질환자·고령자·어린이는 미세먼지 농도가 30㎍/㎥를 넘으면 기침, 안구 따가움, 피부 트러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성인은 미세먼지 농도가 120㎍/㎥를 넘으면 폐·기도 세포에 염증이 나타난다.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더 잘 침투하고 건강에 더 해롭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신종욱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윤호주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병권 고려대 안산병원 산업의학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