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북양동 북양산업단지 대로변의 정거장. 이곳을 지나는 버스 노선은 화성운수 50번 하나뿐이고 배차 간격은 105분이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김낙훈 기자
경기 화성 북양동 북양산업단지 대로변의 정거장. 이곳을 지나는 버스 노선은 화성운수 50번 하나뿐이고 배차 간격은 105분이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김낙훈 기자
경기 화성시에는 제조업체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07년 8385개였던 제조업체 수는 2010년 1만개를 돌파(1만46개)했고 2011년에는 1만1040개(화성상의 조사)로 늘었다. 4년 사이에 31.7% 증가한 것이다. 마도산업단지(산단)뿐만 아니라 발안산단, 북양산단 등이 이곳에 있다. 2011년 말 근로자 수는 16만1166명이었다.

화성에는 지금도 금속가공 기계 전자 전기 자동차부품 고무 플라스틱업체 등이 새로 들어오고 있다. 화성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입주 제조업체 수가 1만3000여개, 근로자 수는 1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의 대중교통은 극히 열악하다. 기업들이 모집 공고를 내도 승용차가 없으면 면접 보러 오기조차 힘들다. 경기 화성(華城)이 아니라 달보다 먼 화성(火星)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중교통이 없는 산업단지

마도산단과 비슷한 시기인 2000년대 중반 조성된 발안산단은 마도산단의 1.5~2배쯤 된다. 지원시설구역까지 포함하면 126만여㎡(약 41만평) 부지에 310개사가 입주해 있다. 5000여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화성 내 최대 산업단지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100여社 몰린 북양산단行 버스 '배차간격 105분'…구인難 불러
하지만 이곳을 다니는 버스 노선은 단 한 개뿐이다.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에 들어가면 10번, 26번이 다닌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구문천행’이란 표지판을 단 경진여객 소속 버스가 하루에 9차례만 운행한다. 그마나 출퇴근 시간 이외에는 배차가 거의 없어 “버스를 구경하기조차 힘들다”는 게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다.

북양산단은 화성시청에서 승용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40개 중소기업(근로자 1600명)이 모여 있다.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100여개 중소기업에서 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버스 노선은 화성운수 50번 하나뿐이다. 대광아파트와 화성시청을 거쳐 병점역까지 가는 이 버스의 배차 간격은 105분이다. 출퇴근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화성에 있는 대부분 기업의 홈페이지 내 ‘찾아오는 길’에 대중교통 표시가 없는 이유다.

◆신입사원들은 차부터 장만

북양산단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신명(사장 이정영)은 세라믹적층콘덴서 소성로를 만드는 업체다. 종업원 35명의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 직원의 80%가 넘는 30명이 ‘나홀로 차량’으로 출근한다. 2010년 이 회사에 입사한 이진현 씨(30)도 3년 동안 버티다 작년 가을 차를 샀다. 그동안 동료 차에 편승해 출퇴근했으나 여러 가지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낮고 결혼과 내집 마련 등 돈을 쓸 곳도 많지만 차부터 구매하는 것이 화성에서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차를 살 형편이 안되는 이보람 씨(29·두림로보틱스 근무)는 부모 차인 아반떼를 몰고 다닌다. 이씨는 “수원 쪽에서 회사까지 오는 대중교통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 “교통비 부담 힘겹다”

신명은 직원 한 사람에게 월 70L에 해당하는 휘발유 값을 준다. 산본 평촌 안산 오산 등에서 살고 있는 직원들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서다. 이정영 사장은 “유류비를 지원해도 회사에 오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입사해도 몇 년 안에 그만두기 일쑤”라고 말했다. 57세였던 직원 정년을 2011년 60세로 늘린 것도 신입사원을 뽑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림로보틱스는 회사 부근에 아파트 다섯 채를 구입해 기숙사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10여명이 입주해 있다. 하지만 이 회사 공장터는 여전히 직원들 승용차로 가득 차 있다. 방문객도 모두 승용차를 몰고 온다. 공장터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 회사가 만든 로봇도장설비를 납품할 때는 대형 트레일러가 진입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승용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5년 넘게 교통 문제 건의했는데…”

이 지역 기업인들은 지난 5년 동안 대중교통난을 해결해달라고 정부에 수십차례 건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전철 신설이나 버스 확충 등을 요구했다. 그 결과 전철 계획안은 여러 가지가 나왔지만 실제 착공 예산이 확보된 곳은 없다.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신분당선 연장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 3억원’이 전부다.

민종기 화성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분당선이나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또는 4호선에서 지선을 이어 화성 시내를 관통하는 전철을 놓고 전철역을 중심으로 셔틀형 마을버스 등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교통 문제만 해소되면 적어도 2만~3만명의 신규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