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성적서 위조 수사에서 '게이트 사정'으로 진화
대규모 금품 로비, '원전 마피아' 비리 구조 파헤쳐
JS전선, 최중경 전 장관 금품로비 의혹은 규명 안돼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오는 5일로 장장 100일을 맞이한다.

수사진은 이번 수사를 통해 원전이라는 특수분야에서 종사하는 업체들의 장기간에 걸친 깊은 비리 구조를 파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나름의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숱한 금품 제공 및 로비를 확인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정부 고외층 등의 혐의를 밝히는데는 한계를 보여 추후 수사 과정에서 어떤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과 = 검찰은 지난 5월 29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을 설치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의 실마리라고는 신고리 1·2호기 등에 납품된 JS전선의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전부였는데 '원전 마피아'의 뿌리 깊은 비리 구조를 상당히 파헤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JS전선을 비롯한 부품 업체는 물론 성능검증 시험업체인 새한티이피, 시험 성적서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 부품을 발주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또 방진 마스크 등 소모품 납품에서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원전에 설비를 공급하는 데까지 비리가 파고들었고, 일부 원전 부품의 국산화도 사기였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 과정에 글로벌 기업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수많은 원전 업체가 벌인 대규모 금품로비의 실체와 인사청탁 관련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한수원의 말단 직원부터 김종신(67) 전 사장과 박기철(61) 전 전무 등 최고위층의 뇌물수수 혐의를 들춰냈고 이종찬(57) 한국전력 부사장도 쇠고랑을 찼다.

원전비리 수사단은 지금까지 무려 29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10여 명을 수사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추가로 수사의뢰된 사건을 배당한 전국 7개 검찰청에서도 원전 부품업체 직원 등 10명을 구속하고 3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수원 전·현직 임직원만 20명에 달한다.

검찰은 특히 전 정부 때 '왕차관'으로 불릴 정도로 실세였던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수뢰혐의를 잡아 원전비리 수사를 '게이트 사정'으로 진화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고지인 경북 영일, 포항지역 출신인 이른바 '영포라인'과 국가정보원 간부 출신 브로커가 활개를 쳤던 것도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국정원 간부가 재직 중에 최중경(57)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한전 자회사 임원의 인사청탁을 해 성사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원전비리 수사단은 이와 함께 대기업인 LS전선이 경쟁업체와 입찰에 담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링거투혼' =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여름휴가는 물론 휴일도 반납한 채 100일간 수사에 매진한 검사 9명, 수사관 40여 명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연일 새벽까지 수사에 매달리다 보니 검사 8명과 수사관 2명이 체력고갈로 링거를 맞아야 했고 한 검사는 통원치료를 받으면서도 강행군했다.

원전비리 수사단장인 김기동 동부지청장은 지난 6월 초 서울에서 가족이 이사했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이기석 차장검사와 함께 사무실을 지켰다.

◇한계 = 그러나 JS전선이 불량 케이블 납품으로 무려 179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한수원 직원들에게 상품권 수백만원어치를 준 것 외에는 돈거래가 없었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또 최중경 전 장관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탁이 성공했지만 금품수수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영포라인' 브로커가 한국정수공업 대표에게 로비자금을 요구하면서 이상득(77) 전 국회부의장을 거론했다는 주장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원전비리 수사단은 당초 수사 100일째인 오는 5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박영준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10일로 늦췄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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