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으로부터 3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추어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전 전 청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 전 청장이 이날 오후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스스로 포기함에 따라 검찰 측 심리만 거친 뒤 증거자료들을 토대로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전 전 청장은 지난 2007년 11월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7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또다시 구속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현재 체포 상태인 전 전 청장의 구속 영장을 집행해 서울구치소에 수감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청장은 2006년 7월 국세청장 취임을 즈음해 CJ그룹 측에서 미화 30만 달러를 챙기고 그해 가을에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전 전 청장은 당시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이던 허병익(59·구속)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신동기 CJ글로벌 홀딩스 부사장으로부터 3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허씨는 신 부사장에게서 미화 3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받아 이를 전 전 청장 사무실 책상에 두고 나왔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전 전 청장과 허씨는 같은해 가을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 부사장과 함께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이 회장 측으로부터 프랭크 뮬러의 고가 시계 2점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천만원 상당의 여성용 시계는 전 전 청장이, 3천만원 상당의 남성용은 허씨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허씨를 먼저 구속한 뒤 조사 과정에서 전 전 청장의 수뢰 혐의를 포착, 지난 1일 전 전 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가량 조사했다.

전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하는 자수서를 냈으며, 조사 당일엔 CJ 측으로부터 받은 고가의 시계도 임의 제출했다.

전 전 청장은 그러나 금품 명목에 대해선 "구체적 직무 관련성이나 CJ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며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 전 청장의 1차 조사를 마무리한 2일 0시10분께 미리 발부받아 둔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같은 날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한데다 전 전 청장이 향후 추가 조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앞으로 전 전 청장을 상대로 금품의 사용처를 규명하는 한편, 실제 세무조사나 세금 부과 과정에서 CJ나 이 회장 측에 편의를 봐준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국세청이 2006년 이 회장의 주식 이동 과정을 조사해 3천560억원의 탈세 정황을 확인하고도 세금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고 CJ 측의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신영 기자 san@yna.co.kr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