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단독 인터뷰서 "아들이 어지럽힌 방 차마 정리할 수 없어"
사고 당일 도착한 컴퓨터 자격증…"공부해서 딴 것 직접 봤더라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최모(15·고1)군의 경북 경산시 아파트.
13일 밤 연합뉴스 취재진이 사전 허락을 받은 후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오른쪽, 최군의 방이 있었다.

최군 어머니(47)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이 지난 11일 하늘나라로 떠난 뒤 아들의 방을 아예 잠궈버렸다.

방안은 숨진 최군이 목숨을 끊은 당일 등교하면서 어지럽힌 상태 그대로라고 한다.

어머니는 "아직은 차마 정리할 수가 없다"며 흐느꼈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막내 아들은 가끔 허술해 보여도 따뜻한 심성을 가진 착한 아이였다.

또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에 비해 유달리 순하고 착해 누나보다 더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의) 생일파티에 휠체어를 탄 장애학생을 초대해 함께 어울렸어요.

남을 위한 배려라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았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돌이켜 보면 아들이 중학생이 되고 난 후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몇가지 징후들이 간간이 보였다고 한다.

아들이 하늘나라로 떠난 지금 그것을 미처 막지 못한게 한으로 남아있다.

최군 가족은 2011년 겨울부터 반년여 동안 최군의 친구이자 유서에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A군을 집에 데리고 살았다.

어머니는 "당시 아들이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무작정 3∼4일 가량 가출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집에서 A군을 마주하기 싫고 피하고 싶어 그랬단 생각이 들어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최군 가족은 막내 아들의 이런 마음도 모르고 집에 돌아온 최군과 A군을 억지로 화해시키기도 했다.

최군은 또 올해 초 경북 청도군 풍각면 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곧바로 기숙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1주일도 채 안돼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입학 전 그토록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했는데 금방 나온다고 하니 순간 이상했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며 "그저 집이 더 편한가보다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자주 '혹시 학교폭력을 당하냐'고 물어봤는데 매번 아니라고 했다"며 "조금 더 끈질기게 물어보지 않은게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날 최군의 집 식탁 위엔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놓여 있었다.

학교 졸업 후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일하는 꿈을 키웠던 최군이 최근에 딴 것으로 사고 당일 오전 집에 배달됐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냥 놔뒀다.

우리 막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딴 거잖아요.

직접 봤더라면 좋아했을텐데"라며 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경산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기자 suho@yna.co.kr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