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여론조사 일반인 51% "찬성", 환자는 반대가 우세
정몽준 의원, 정부-의협 협상 중재 역할

대한의사협회가 다음달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7개 질병 수술에 대한 포괄수가제(DRG)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우려했던 '수술 대란' 사태를 피하게 됐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29일 서울 이촌동 협회관에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잠정적으로 수용하고 (포괄수가제 반대에 따른) 수술 연기(거부) 계획도 일단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협의 결정에는 여론조사 결과와 정몽준 의원의 중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의협과 산하 개별과의사회 등은 그동안 전문여론조사기관과 모바일 등을 통해 약 9천900여명을 대상으로 포괄수가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

만약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의협과 산부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의사회는 다음달 1일부터 1주일 동안 응급수술을 제외한 백내장, 편도선, 탈장, 자궁, 치질 수술 일정을 잡지 않고 연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종 여론조사 결과 일반인의 경우 포괄수가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 절반을 조금 넘는 51%로 집계됐다.

반면 환자 대상의 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21%에 불과했다.

비록 환자들 사이에서는 포괄수가제 반대 의견이 우세하더라도, 의협 입장에서는 갤럽이 진행한 일반인 대상 조사 결과, 즉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측면이 있는데다, 의사들이 직접 설문을 진행한 환자 조사의 경우 객관성 논란이 일 여지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향후 포괄수가제 관련 정부와 의협간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 포괄수가제 수용에 힘을 실었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직접 이촌동 협회관을 방문, 노 회장 등과 면담하면서 "현안 문제는 앞으로 복지부와 대화로 해결하도록 돕겠다"며 "특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원 구성에 있어, 공무원 2인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은 보다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하라는 감사원 권고를 실현하기 위해 의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 확대를 결정한 건정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의협의 주장에 동의할 뿐 아니라 개선을 돕겠다는 뜻이다.

노 회장도 이날 포괄수가제 수용, 수술 연기 방침 철회를 발표하며 "정몽준 의원께서 포괄수가제에 대해 정부와 얘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하니, 수술 연기 계획을 일단 철회한다"고 말하며 정 의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의협은 일단 잠정 수용을 선언하면서도, 제도의 적절한 보완을 위해 지불자(정부 및 사용자)와 공급자(의사협회)가 같은 수로 참여하는 이른바 '포괄수가제도개선기획단' 구성을 정부에 제안했다.

만약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수가 조정 등이 쟁점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의협은 "포괄수가제도개선기획단은 1년 후 제도 전반에 대해 재평가해 확대, 축소 혹은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 현행 포괄수가제 수용이 한시적인 것임을 강조했다.

포괄수가제란 일련의 치료행위를 묶어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는 행위별수가제가 진료를 늘릴수록 의사 수입이 많아지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과잉진료와 의료비 급증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라 대안으로 도입됐다.

복지부는 다음달 1일부터 백내장수술, 편도수술, 맹장수술, 항문수술, 탈장수술, 자궁수술, 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병군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포괄수가제를 전면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측 분석에 따르면 포괄수가제 적용으로 환자 부담은 평균 21% 정도 줄어든다.

행위별수가제에서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모두 환자 본인이 부담했던 상당수 처치들이 포괄수가제에서는 급여 항목으로 바뀌어 가격이 하나로 정해진 '표준 진료 묶음' 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궁 수술시 절제 부위 주위조직 유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지제의 경우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로 약 30만원을 환자가 내야하지만 포괄수가제에서는 약 20%인 6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의사들은 포괄수가제 도입으로 전반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의무 시행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차피 가격이 하나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이제 과잉진료가 아니라 '과소, 최소 진료'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 주장의 핵심이다.

아울러 새로운 의료 기술이 제때 수가에 반영되지 못해 도입이 더뎌지거나, 작은 병원들이 복잡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주연 기자 shk999@yna.co.krgol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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