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G(압축천연가스) 버스가 경유 버스보다 친환경적인 것은 사실이다. CNG 버스를 경유 버스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시)

"요즘 나오는 경유버스는 클린디젤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적다. CNG버스만 고집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다. "(대한석유협회)

지난 9일 서울 행당동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폭발사고를 계기로 CNG버스와 경유버스에 대한 도입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서울시 부산시 등 대도시들은 연말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100% CNG버스로 교체할 계획이지만 경유버스가 안전성 면에서 훨씬 우월하며 환경 측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ㆍ부산 "CNG로 다 바꾼다"…업계 "디젤이 환경ㆍ안전성 높은데"
◆CNG버스냐,경유버스냐

현재 전국적으로 운행 중인 3만여대의 시내버스 중 CNG버스는 2만6900여대(90%)다. 환경부가 도시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2000년부터 보급해온 CNG버스의 강점은 친환경성이다. 종전 경유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하면서 대도시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급격히 낮아졌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00년 65㎍/㎥이던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도가 CNG버스 보급 등에 힘입어 작년 53㎍/㎥로 대폭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경유버스와 비교해 질소산화물 및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소음이 적고 연료비도 적게 든다. 하지만 안전성과 개조 비용은 CNG버스의 최대 약점 중 하나다. CNG버스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8차례 폭발한 적이 있다.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도 2000여만원에 달한다.

클린디젤 기술을 적용한 경유버스는 탈활 등 정제기술이 발달하면서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뛰어난 친환경 연료로 탈바꿈하고 있다. 연료 효율이 CNG버스보다 25%가량 앞서며 별도의 고압 충전소도 필요 없다. 다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소음이 있다. 오강현 석유협회장은 "클린디젤 차량을 늘리면 CNG와 LPG 수입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CNG버스에 제공하는 대당 2000만원가량의 세금 혜택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는 CNG버스보다 경유버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시내버스를 제외한 고속 · 관광버스의 경우 경유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도 경유버스가 대세여서 판로가 넓기 때문이다.



◆연료통 위치,바닥이냐 지붕이냐

CNG버스의 연료통(가스용기) 설치 위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008년 가스안전공사에 의뢰한 용역보고서 'CNG 자동차 안전성 향상 연구'를 바탕으로 연료통을 버스 지붕에 달도록 권장했다. 공기보다 가벼운 가스가 샜을 때 증발시킬 수 있는데다 폭발 시 승객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유럽 등에 보급된 CNG버스는 대부분 연료통을 지붕에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권고를 듣지 않았다. 일부 저상 버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버스가 연료통을 객실 아래에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 대우버스 등 CNG버스 제작업체들은 연료통을 버스 바닥에 설치해야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고,주행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사 관계자는 "연료통 무게가 개당 100㎏에 달하는데 이를 6~8개씩 싣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 차원에서 바닥에 설치한 것"이라며 "미관적인 측면도 일부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연료통 설치 위치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 전기버스 대안될까

일각에선 CNG버스나 경유버스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하이브리드 및 전기버스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유협회도 지난 5월 기계연구원 및 대우버스와 공동으로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개발 및 보급'을 위한 협약을 맺고,내년 5월까지 8대의 디젤하이브리드 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인천 대구 대전 부산 과천 여수 등 6개 도시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 독자기술로 전기버스 '일렉시티'를 개발,내년부터 시내버스 일부 노선에 투입하고 2012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 교수는 "환경과 안전성,가격 등 차종마다 특징이 다른 데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CNG 버스와 같이 어느 한 기술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용어설명 CNGㆍ클린디젤


◆압축천연가스(CNG)=천연가스를 고압으로 압축시켜 놓은 수송용 연료.시내버스를 기준으로 보통 6~8개의 연료통이 설치되며 200기압가량으로 압축된 천연가스를 주입한다.

CNG는 비중이 공기보다 작아 연료통의 균열을 통해 새어나가도 공기중으로 빨리 확산된다. 디젤차량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 등 친환경성은 우수한 편이지만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는 디젤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클린디젤=탈황 등 정제기술 수준 향상으로 기존 디젤 연료에 비해 친환경성이 높아진 친환경 디젤.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디젤의 황 함유량은 1993년 2000ppm에서 현재 10ppm까지 떨어졌다. 매연여과장치(DPF) 개발로 유해분진 배출은 기존 디젤엔진에 비해 90% 이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