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임기 지켜야"

강희락 경찰청장이 자신의 임기를 7개월이나 앞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 경찰청장 임기제를 둘러싸고 시끌시끌하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장의 임기 2년을 보장하고 중임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찰법 개정안이 통과된 2003년 12월부터 5명이 청장을 지냈지만, 이 중 임기를 지킨 이는 이택순 전 청장 1명밖에 없다.

임기제 첫 청장으로 주목받았던 최기문 청장은 임기를 3개월여 남긴 2004년 말 전격 사퇴했으며, 이듬해 취임한 후임 허준영 청장도 같은 해 말 농민시위 참가자 사망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어 총수 자리에 오른 이택순 청장은 유일하게 2년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났지만, 재임 기간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해 수사 지연 시비에 휘말리면서 조직 안팎에서 퇴진 압박을 받았다.

이 청장의 뒤를 이어 제14대로 취임한 어청수 청장도 1년밖에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 사퇴를 한 강 청장의 경우 해양경찰청장을 1년 거쳤지만 경찰청장으로선 1년 5개월 만에 낙마하는 셈이어서 임기제는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임기제가 자꾸 어그러지는 것은 경찰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정기관인 경찰을 장악코자 수뇌부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려는 정치권이나 정권 차원의 압박이 어느정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임기제 청장이던 최기문 청장은 "조직의 원활한 인사와 운영을 위해 용퇴한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면에는 고위간부 인사를 놓고 정부와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후임인 허준영 청장은 농민시위 참가자의 사망 사건에 책임을 졌기 때문에 예외로 하더라도, 현 정권 들어 부임 1년여 만에 물러난 어청수 청장과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강 청장은 겉으로 자진 사퇴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려 만든 임기제가 정치권 등에 의해 자꾸 휘둘리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위는 "정치색이 강한 사람이 청장으로 오기 때문에 위에서 나가라면 나가는 것"이라며 "청장이 제발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총경급 간부도 "경찰이 보장된 임기도 보장 못받는 현실이 아쉽고 가슴 아프다"고 했으며, 지방의 한 간부 경찰관도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보장된 임기를 확실히 지켜야 조직이 안정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