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대 삼성차 채권' 처리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여 온 채권단과 삼성이 2차 조정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양측은 조정 실패를 선언하지 않고 다음 달 제3차 조정에 들어가기로 해 조정 타결 가능성을 남겼다.

7일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2차 조정기일을 열어 재판부가 제시했던 조정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한 차례 더 조정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소송의 빌미가 된 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 상장(기업공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조정 성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14개 채권 금융회사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가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지 않고 한 차례 더 기일을 잡아 제3차 조정에서 타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재판부는 "경제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조정 내용과 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양측의 변호사들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재판부는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선고를 연기하고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차 채권 환수 소송'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성차가 남긴 부채 처리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삼성 측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1999년 8월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삼성 측은 2조45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처리하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에 채권단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삼성생명 상장이 번번이 불발되자 채권단은 2005년 "손실금과 연체이자 등 5조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조3200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고 양측은 곧바로 항소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