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가정 출신…"여학생 희롱하자 홧김에"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심야에 노숙자를 집단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A(15)군 등 10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초등학교 동창인 이들은 지난달 3일 오전 0시40분께 서울역 연세대 세브란스 빌딩 앞에서 노숙자 2명을 5분 간격으로 두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 출신인 A군 등은 중3 재학생 3명과 중학교 자퇴생 1명으로 폭행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기능으로 찍어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경찰의 수사가 시작돼 범행이 뒤늦게 들통났다.

이들은 전날 친구들 20여 명과 함께 교통사고로 숨진 친구의 49재에 참석하려고 경기도 용인에 갔다가 자정께 버스로 서울역에 도착해 매표소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 편을 알아보던 중 한 노숙자와 시비가 붙으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동행하던 여학생을 노숙자가 갑자기 껴안아 말다툼을 벌였는데, 이후 세브란스 빌딩 앞으로 와보니 이 노숙자가 잠을 자고 있어 친구들과 때리면서 이 장면을 재미로 촬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고 귀가하다 '동영상을 한 번 더 찍자'며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다른 노숙자도 폭행하고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이 동영상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자 게시물을 삭제하고 '홧김에 철없는 행동을 했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경찰은 A군 부모를 통해 당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자진 출석을 권유해 29일 보호자를 동반한 상태에서 이들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