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자살시도자 조사 결과.."우울증 연관성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인 자살시도는 우울증과 연관성이 낮은 반면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 갈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가 2006~2008년까지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회복된 자살시도자 1천599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살을 시도한 동기는 '가족구성원 또는 연인과 갈등'이 46.5%를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가족구성원(연인 포함)과 갈등으로 인한 자살시도자 가운데 3분의 2는 배우자와의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정신건강 상태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다는 답은 14.1%에 그쳤다.

특히 우울증의 비율은 10.1%에 불과해 다른 나라의 자살시도자 조사 보고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밖에 '건강'이나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다는 응답은 각각 7.5%와 5.7%로 조사됐다.

이번 결과는 자살시도 후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생존한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자살 사망자의 동기와는 다를 수 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조사결과를 분석한 이화여대의대 응급의학과 정구영 교수는 "국내 자살시도자 중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며 한국인의 자살과 우울증의 상관관계가 "과도하게 강조됐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교수는 "이같은 결과는 외국에 비해 우울증 치료를 많이 받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살과 우울증의 상관관계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매우 낮게 나타난 부분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