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기택)는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맡긴 17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H대학 전 교수 강모(48·여)씨에 대해 징역 4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는 통장을 위·변조한 뒤 거액을 횡령해 부동산과 외제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며 “게다가 박 전 장관에게 입힌 손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회복하지 못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재판부는 그러나 1심에서 인정한 금액 중 15억여원에 대해서는 “박 전 장관이 새로 돈을 주며 보관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이미 횡령한 돈을 오빠나 지인의 계좌에 입금한 것에 불과해 횡령죄를 물을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강씨의 부탁을 받고 박 전 장관의 돈이 통장에 입금된 것처럼 통장을 위·변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기소된 H은행 전 지점장 이모(47·여) 피고인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2001년 6월∼2007년 2월 박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돈을 통장에 입금한 것처럼 속인 뒤 모두 178억49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박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은 강씨가 복지통일재단 설립을 위해 마련한 운영자금을 불려주겠다고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강씨 등을 고소했다.고소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금액이 노태우 정부 시절 장관 또는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며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부정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