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세 번째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의심환자들이 '거점병원'에 몰려들고 있다. 거점병원들은 아직까지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지만 환자가 더 몰리면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8일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에는 의심환자 40여명이 응급실 인근에 임시로 마련된 컨테이너 진료소 앞에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27일 하루 200명이 넘는 환자가 몰려온 데 이어 이날도 많은 환자들이 찾아왔다"며 "의사 10명이 전담해 24시간 진료하고 있지만 업무량이 과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도 하루 40여명 이상이 신종플루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하루 내내 검사 등을 위해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인력이 부족해 추가 투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하루 평균 1.3명꼴로 발열환자 진료를 했으나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50여명의 환자가 찾았다. 뒤늦게 거점병원에 합류한 서울대병원에도 10~20명의 환자가 매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감염내과의 김우주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 자주 등장하면서 의심 환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가벼운 감기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신종플루도 일종의 플루(감기)이므로 일반 감기와 증상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환자가 찾아오면 진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기온이 더 낮아져 감기환자가 늘어날 경우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의 한 의사는 "신종플루 의심 환자가 몰리면서 일반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식사도 제때 못하며 무리를 하던 의사가 최근 몸살로 휴가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거점병원뿐 아니라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거점약국도 늘어나는 환자와 문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거점약국 약사는 "거점약국에 오면 약을 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병원의 확진 판정이 없으면 약을 주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약국에 와서 무조건 약을 달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김일규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