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즈니스요? 그냥 농사짓는 기분이에요. '장기하와 얼굴들'은 풍년이었지만,내년 농사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죠."

올 상반기 대중음악 키워드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을 만들어 낸 인디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는 2005년 2월17일,대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자본금 50만원으로 시작한 미니 음반사가 지금은 소속 밴드가 여덟 팀,장기하의 1집 음반 '싸구려 커피'는 판매량만 4만장을 넘겼다. 21세기형 무예산 독립음반사를 표방하며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아무 욕심 없이'문화 벤처를 만들었다는 고건혁 대표(29 · 사진)를 만났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솔직한 성공비결을 물었다. 고 대표는 "세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음악적으로 좋았고,퍼포먼스와 모습이 독특해서 페스티벌이나 대중매체에서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장기하가 직접 코디와 안무,무대의 컨셉트를 정한다. ) 서울대 출신이라는 표면적 타이틀도 기성세대에게 안전한 느낌을 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인디는 위험하다'는 편견이 많은 이들에게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공중파와 시사 프로그램 진출 등을 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별로 인정하기 싫지만 장기하의 긴 기럭지도 한몫 한 것 같아요. (웃음)"

그는 무엇보다 인터넷 매체의 힘을 강조했다. "인디 음악계 전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기간에 알려지긴 힘들었을 거예요. 음반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도 발달했고,인터넷이라는 매체도 있으니 대형기획사를 통하지 않고도 개인이 만든 음악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게 된겁니다. '기획'의 개념도 생겨서 뚜렷한 색을 지닌 다양한 장르가 나타났고,지난해 인디레이블 시장에 나온 레이블의 수만 해도 전년보다 1.8배 늘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도 그런 현상의 하나죠."

한 장에 800원짜리 음반을 만들던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제 더 이상 '인디레이블'이란 타이틀이 부담스럽진 않을지 궁금했다. 그는 "자동차가 생겼고,음반사의 운영 직원을 고용하는 등 대학 동아리의 모습에서 회사로 조금씩 형태를 갖추어 가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디레이블의 초심을 잃었다면 지금쯤 장기하씨가 CF스타가 되어 있었을 것"이라며 음악적 정신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운영진이 공동 집필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가제)'이라는 책이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꾸준히 딴따라질을 하려면 가장 핵심적인 요건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근성"이라며 망설임 없이 답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누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물론 능력은 기본이고요. 보통 인디 레이블의 앨범 한 장 제작비가 1000만원이라고 치면,장기하의 앨범은 딱 3분의 1만 들였습니다. 내부적으로 연구를 많이 했죠.'음악 한답시고 밥은 굶지 말자'는 모토를 지키기 위해 엔지니어도,운영진도 비용절감에 대한 고민만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

글=김보라/사진=강은구 기자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