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기업을 매각할 때 부실한 재무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매입자가 손실을 입었다면 손실액의 9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김수천 부장판사)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베스트플로우를 인수한 전문투자사 세종IB기술투자㈜가 회사 주식을 양도한 ㈜워너스인프라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손해액의 90%인 21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양도 전 베스트플로우의 부실 상태가 공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해 인수하더라도 정상기업으로 회복시키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원고에게 그 같은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 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원고가 사전실사 없이 협상 직후 인수계약을 체결한 데다, 상장폐지 예고와 관리종목 지정으로 베스트플로우가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평소 부실기업의 인수합병 등 위험한 투자를 해왔던 정황을 고려해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손해액의 9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세종IB기술투자는 작년 6월 위너스인프라인과 장모씨로부터 코스닥 상장사인 베스트플로우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양수도계약을 3자 합의 형식으로 체결하고, 인수대금 24억원을 지급했으나 이후 실사 보고서를 통해 베스트플로우가 공시된 분기보고서와 달리 127억원의 재무 부실을 안고 있음을 알게 되자 소송을 냈다.

베스트플로우는 자본잠식으로 작년 9월 상장폐지됐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