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 전에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하루 뒤인 14일 오후 8시30분께 '사퇴의 변'을 통해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천 후보자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참모들의 관련 보고를 받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반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천 후보자는 전날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사업가 박모씨에게 거액을 빌려 강남 아파트를 구입한 경위와 타인 명의의 고급 승용차 리스 사용,위장 전입 의혹,자녀의 호화 결혼 등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를 잘 모른다'는 천 후보자의 해명과 달리 동반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오면서 부인이 고가의 명품 핸드백까지 구입한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다. 그는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사퇴 여부를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자진 사퇴 표명 직후 사태 조기 수습 차원에서 15일 천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고 검찰총장 재인선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새 검찰청장 후보 물색은 최근 천 후보자 내정 이후 사퇴한 검찰 고위 간부와 검찰 안팎 인사를 대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호/이해성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