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해고 불가피..전국 사업장마다 전전긍긍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한 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한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 처리가 30일 무산되자 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체직원 2천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비정규직인 경기도의 LCD 관련 업체 D사는 2001년부터 1년 단위로 비정규직을 채용해 계약 만료시 갱신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경영상의 이유로 1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 업체는 현재 남아있는 비정규직 가운데 200여명이 2007년 7월 1일자로 2년 계약을 한 경우여서 개정안 처리 불발로 당장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이 업체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구분이 워낙 철저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생각도 못한다는 것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정규직도 해고되는 마당에 비정규직이 남아있겠느냐"며 "경기가 좋지 않아 해고되면 다른데 갈곳도 없다"며 고용 불안을 호소했다.

전체 직원 640여명 중 100여명이 비정규직인 인천지역 A금융기관은 그동안 계약기간을 1년씩으로 해 비정규직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6개월∼1년씩 계약기간을 연장해왔으나 올 초부터는 아예 비정규직 채용을 중단했다.

이 금융기관은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각각 다른 날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왔기 때문에 이날 개정안 처리 불발로 무더기 해고 사태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각 지점의 창구 업무에서부터 운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맡아온 이들은 머지 않아 정규직 전환이냐 해고냐의 갈림길에 내몰리게 됐다.

A사 비정규직 근로자 김모(27)씨는 "대학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상태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체 직원 240명 가운데 1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두고 있는 부산의 B식품업체도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됨에 따라 비정규직에 대한 2년 유예 기간을 지킬 수 밖에 없다"고 밝혀 대량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 모 유통업체에서 청소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64.여)씨는 "백화점과 학교, 병원 등에서 청소 업무만 30년을 해왔고 매번 재계약을 했기 때문에 해고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법이 2년 이상 일하지 못하게 한다면 당장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부산.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