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관이 위조된 상속관계 서류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등기를 이전해 이 등기부등본을 믿고 매입한 사람이 손해를 봤다면 국가도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판사 이병로)는 16일 부동산 매매 사기를 당한 이모씨가 "사기로 손해를 본 계약금 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등기를 실행한 국가와 이전등기를 맡은 법무사,부동산 매매를 알선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법무사는 연대해 48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문 사기꾼인 김모씨는 상속서류를 위조해 남의 땅(경기도 화성시 소재 임야) 등기를 넘겨받은 뒤 이를 교환거래 형식으로 이씨에게 계약금 1억2000만원을 받고 넘겼다.

이땅의 권리자가 김씨가 아닌 것을 나중에 알게 된 이씨는 달아난 사기꾼을 고발하는 한편 국가 법무사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등기관이 등기부상 권리자의 실제 주소를 호적부상의 주소와 비교하는 등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단순히 성명만 확인하고 등기를 이전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공무원의 최종 책임은 사용자인 국가에 있는 만큼 국가도 연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싸게 나온 급매물인 줄 알고 성급하게 계약을 진행하면서 권리자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도 인정된다"며 국가와 법무사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에 대해선 위조된 서류가 등록된 뒤 매매를 했기 때문에 문제나 하자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