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교사실력.교과운영' 불만족
교사들 "명문대 진학 스트레스 심해"

외국어고등학교 재학생 10명 중 7명은 사교육 없이는 공부를 잘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육과정에 만족하는 학생은 절반에도 못미치며, 학원강사보다 교사실력을 신뢰하는 학생도 10명 중 4명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내용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와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이 외고생 학습실태와 교육만족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5월 초순부터 3주간 진행한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이 조사에는 서울·경기지역 15개 외고에 재학 중인 영어반 1∼3학년 학생 1천567명과 외고 현직 교사 8명 등이 참여했다.

◇"학원없이 어떻게 공부해?" = 16일 공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선 응답자들의 학교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학교 다니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18.7%), `그렇다'(40%) 등 긍정적 응답이 58.7%를 차지했다.

`외고에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 대답이 72.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김성천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일반고 등과 비교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학교생활에 대한 행복감, 면학분위기 등이 좋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반면 교육과정, 교사실력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교육과정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8.2%(`매우 그렇다'-9.2%, `그렇다'-29%)에 그친데 비해 `보통'(35.1%), `그렇지 않다'(19.3%), `매우 그렇지 않다'(7.4%) 등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응답은 61.8%였다.

또 교사가 학원강사보다 실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긍정적 답변은 37.9%(`매우 그렇다'-12.4%, `그렇다'-25.5%)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 중 27.9%는 `사교육없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으며, 38.8%는 `보통'이라는 소극적 답변을 내놨다.

긍정적 답변은 33.1%에 그쳤다.

김 부소장은 "외고 입학 자체가 어릴 때부터 많은 사교육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입학을 해도 사교육에 의존하는 관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이밖에 응답자의 대다수인 83.5%가 수학선행학습을 하고 있었으며, 선행학습 비율은 저학년일수록 높다는 점도 이번 조사결과에서 어느정도 확인됐다.

◇교사 "명문대 스트레스 높다" = 학생들의 입학동기, 학교 운영실태 등을 교사 시각에서 측정하기 위한 설문조사에는 수도권 7개, 지방 1개 등 모두 8개 외고에 근무하는 교사 8명이 참여했다.

이 조사에서 8명 중 6명이 학생들의 외고 선호 이유를 `명문대 진학'때문이라고 봤다.

`어학실력 때문'이라고 응답한 교사는 2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 전원이 최대한 많은 학생을 명문대에 보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고, 그 중 5명은 압박감의 수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은 어땠을까.

대다수 응답자들은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어 질높은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공부 외적인 부분에서의 평가는 엇갈렸다.

`경쟁의식보다는 협동의식이 더 많은가'라는 질문에 2명 만이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이었다.

김 부소장은 "이들 8명의 교사가 외고 교사들의 일반적 인식을 대표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 흐름을 살피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유발 등 외고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돼왔지만 외고 자체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같다.

향후 외고의 허실을 파악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