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업자와 유착해 금품을 수수하고 아파트 입주권을 남발하는 등 비리를 저질러 온 서울시 공무원 및 시 · 구의원들과 부당이득을 챙긴 부동산브로커들이 대거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오수)는 지난 2월 말부터 3개월간 서울지역 도시계획사업 관련 비리를 집중 수사한 결과 부지 선정이나 입주권 취득과 관련해 수천만~수억원을 받은 서울시 공무원 8명,지방의회 의원 6명과 부동산브로커 5명 등 총 23명을 적발하고 이 중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비리가 드러난 자치구는 종로 서대문 성북 은평 관악 금천 양천 중랑 등 모두 8개 구로 서울시 및 각 구청 공무원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부동산 투기업자와 결탁해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검찰에 따르면 종로구 주택과장인 송모씨(58)와 전 서울시 주택국 주거정비과 직원 이모씨(58) 등은 부동산 투기업자의 청탁을 받아 소유자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어서 철거민용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주택에 대해 입주권이 나오도록 불법승인을 해줬다. 공무원 송씨와 이씨는 이 대가로 각각 1억2000여만원,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건교부에 파견근무하던 주택공사 이모 과장은 관련 질의 회신을 해준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검찰은 불법 입주권만 95개에 달했으며 투기업자들이 챙긴 부당 이익도 100억원이나 됐다고 밝혔다.

전 서울시의원인 구모씨(64)도 2006년 양천구 신길2동 연립주택 부지를 마을공원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관련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신 부동산업자에게 2억50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전 성북구의원 이모씨(64)는 2006년 성북구 삼선동 주택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주고 1억2000만원을 받았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서대문구 6급 공무원인 강모씨(49)는 2006년 주거환경개선팀장으로 재직할 때 L건설로부터 창천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5500만원 및 시가 15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제공받아 구속 기소됐다.

이 밖에 전문 브로커들이 지방자치단체장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부동산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부동산브로커 김모씨(46)는 은평구청장에게 청탁해 도시정비사업 대상 부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6억5000만원을 챙겼다.

도시계획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공원,주차장 등 공공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수용되는 철거민에게는 작년까지 보상금과 함께 SH공사가 짓는 택지지구 내 아파트 입주권(일명 철거민 딱지)이 주어졌다. 철거민 딱지는 원래 철거민의 주거 안정 및 생활권 보호를 위한 제도였지만 아파트 투기수단으로 변질되는 등 문제가 많아 작년 4월 결국 폐지됐다.

검찰 관계자는 "도시계획사업 입안과 심의,인가 과정 등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고 일부 의원 및 공무원들의 사적인 이해관계나 연줄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를 감시하고 통제할만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서울시와 의회를 비리의 온상으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이호기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