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채용을 미뤄온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하나 둘씩 직원 신규채용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청년인턴,프로그램 개발자 등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얼어 붙은 금융권 채용 시장도 풀리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는 대졸 초임과 복리후생 혜택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어서 구직자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대표적 업종 중 하나다. 올 들어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초임 삭감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낭패가 없다.


열리는 금융권 취업문

국내 은행들은 올해 200~600명 안팎의 신입행원 채용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외환은행,SC제일은행 등 소수에 그치고 있다. 취업정보 업체들은 은행들의 경우 9월 이후 채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전에는 개별 금융회사들이 산발적으로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신규 인력 모집에 나선 금융회사는 우리투자증권,교보생명,토마토저축은행 등 10여곳에 이른다. 우리투자증권은 본사 리스크관리부에서 신용 포트폴리오 분석 업무를 담당할 신규 인력을 모집 중이다. 대졸 이상자 중 여신감리,심사,기업분석,신용평가 등의 업무 유경험자에 한해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교보생명은 기업금융컨설턴트를 뽑는다. 장교 출신,금융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한다. SC제일은행은 영업부문 인턴사원을 모집한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신입 및 경력사원 모집 원서를 받는다. 경력사원은 일반 여수신,리테일 여신,공인회계사,전산부문이다. 신입사원 대상은 ROTC와 학사장교 등이다. 산업은행,삼성화재,신라상호저축은행,대구은행,우리아비바생명보험,산업은행 등에서도 청년인턴과 프로그램 개발자 등 신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직무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본사관리직이다. 두 번째는 영업직군으로 지점영업,법인영업,운용 등으로 나뉜다. 지점 영업이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다. 세 번째는 리서치,선물옵션팀,금융공학팀 등 전문직종이다. 리서치팀의 경우 신입보다는 계약직 경력사원 채용을 선호한다. 금융공학이나 파생상품팀 쪽에서 신입을 뽑는 경우도 있지만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 비중이 높다.


◆영업력 갖춘 인재 선호

금융권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스펙'을 보면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SC제일은행,외환은행,우리은행 등 은행권을 중심으로 어학,전공,나이 등 각종 자격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부만 잘하는 인재보다 영업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뽑고 싶다는 은행업계의 달라진 인재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 업종 내 장벽이 무너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영업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다.

금융사 취업을 꿈꾼다면 무엇보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투자상담사 1 · 2종,자산운용전문가,금융자산관리사(FP),공인회계사(CPA),공인재무분석가(CFA),미공인회계사(AICPA) 등은 금융 관련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시험일정에 맞춰 이에 대한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 2009년 금융자격증 시험일정은 한국금융개발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면접과 관련해서는 다단계 심층 면접에 대비해야 한다.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의 학점,어학점수,어학연수 경험 등 기본스펙이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기업들은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입사자를 가려내려는 분위기다. 서류전형 평가 후 역량면접,다면평가를 실시해 지원자가 가진 경제관련 기초지식,지원자의 논리력과 발표력 등을 평가하게 된다.

외환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지원자의 성품과 자질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합숙훈련 평가를 실시한다. 국민은행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질의응답,집단토론 등의 면접을 진행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