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5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민유태 전주지방검찰청장(검사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현직 검사장까지 소환 조사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나머지 의혹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민 검사장 외에도 부산 · 경남 지역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다음 주 안으로 잇따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사와 피의자가 후원관계로

민 검사장은 작년 6월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겸 형사부장으로 재직시 '마약퇴치국제협력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박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태광비나 간부로부터 1만달러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민 검사장과 박 전 회장의 인연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 전 회장은 모델, 탤런트 등과 부산 모호텔 등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수배를 받다 1990년 2월 경찰에 체포돼 구속기소됐었다. 그를 구속기소했던 검사가 1988년부터 3년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재직했던 민 검사장이며 당시 검찰은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었다.

'검사와 피의자'가'검사와 후원자'로 인연을 이어온 셈이다. 검찰은 민 검사장과 동행해 5000달러를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모 대검 과장도 이날 조사했다.


◆"45만달러 계약금,잔금 확인 필요"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 아파트 계약금으로 지불한 45만달러 외에 다른 자금이 투자된 것은 없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연씨와 거래당사자인 A모씨 및 이 거래를 중간에서 중개한 B모씨 등과 접촉하면서 당시 계약서와 돈이 송금된 통장 사본을 확보 중이다. 홍 기획관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45만달러밖에 없다"면서 "45만달러가 계약금이 아니라 잔금인지 등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100만달러,20만달러와 함께 40만달러가 미국 뉴저지 아파트 구입 비용인 160만달러를 지불하는 데 전부 쓰였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계약서를 확보한 뒤 권양숙 여사를 소환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라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또 지난 14일 천 회장의 주식 편법 증여 의혹 등과 관련해 천 회장의 자녀 2명을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천 회장을 증여세포탈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불러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