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주요 외국어고등학교들이 2010학년도 입시에서 수학 · 과학 가중치를 대폭 낮춘 새 입시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지난달 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고들이 수학 · 과학 등에 높은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수학 등에 가중치를 두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의식해서다.

14일 서울지역 외고들에 따르면 대원외고 · 대일외고 · 한영외고 등 대부분의 학교들이 수학 · 과학 가중치를 국어 · 영어보다 낮게 조정 중이다. 가중치는 중학교 내신 성적을 산출할 때 국어처럼 수업시간이 많은 과목과 음악처럼 수업시간이 적은 과목이 모두 똑같이 1단위로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학교들이 국 · 영 · 수 등 주요 교과목 점수에 일정 수치를 곱하는 것을 말한다.

대원외고는 지난 3월 발표한 입시안에서 국 · 영 · 수 가중치는 6배,사회 · 과학 가중치를 3배로 정했지만,새 입시안에서는 수학 가중치를 국어 · 영어보다 낮은 3~4배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일외고도 당초 국어는 12배,수학은 15배로 수학의 비중을 훨씬 높게 했으나 조정안에서는국 · 영 · 수 · 사 · 과 5과목에 대한 가중치를 각각 10배수 미만으로 낮추고 특히 수학 가중치를 3~4배 이하로 낮출 예정이다.

명덕외고는 국어(5배수) 영어(5배수) 사회(2배수) 수학(5배수) 과학(2배수)에서 국어 · 영어를 4배수로,수학을 3배수로 조정키로 했다. 한영외고는 국어(8배수) 영어(8배수) 수학(10배수) 과학(5배수)에서 국어 · 영어를 4배수로,수학을 3배수로,과학을 2~3배수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외고 입시에 대비하느라 수학 내신을 관리하는 '불합리'한 사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각 외고들이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은 수학 가중치를 경쟁적으로 높이면서 외고 지망생들 중 상당수는 영어 외에 수학 사교육까지 받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각 외고 관계자들은 오는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모여 이 같은 조정안을 서로 비교하고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시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친 새 입시안은 이달 말 발표된다.

한 외고 관계자는 "곽 위원장의 발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강제적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각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