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유행 우려확산..당국 "유행 조짐 없다"

수족구(手足口)병에 걸린 영아가 결국 숨을 거둔 사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보고돼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로 영유아가 걸리는 수족구병은 국내에서도 매년 흔히 발견되는 질병이지만 이번엔 첫 공식 사망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충격을 줬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수족구병에 의한 사망자가 80명 이상 발생한데다, 이번에 사망한 국내 영아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엔테로바이러스 71)와 사실상 같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중국과 같은 유행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영아와 부모가 최근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다는 점은 이 같은 가설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수족구병은 의학적 측면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되지 않아 환자가 발생해도 검역이나 역학 조사 등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드물게 뇌염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감기처럼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표본 통계상으로 수족구병 감염 사례는 약간의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현재로선 유행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4일 "예년과 비교했을 때 환자가 늘지 않는 등 특이한 추이를 발견할 수 없다"면서 "현재상황을 놓고 판단하면 수족구병이 유행할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유입 경로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이미 중국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토착화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중국형 수족구 바이러스의 유행에 대해 특별한 대비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또 공중보건학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아직 없기 때문에 4군 전염병(해외유입 전염병)으로도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본부는 밝혔다.

보건 당국이 지난 8일 수족구병에 의한 국내 첫 사망 사례를 확인하고도 일주일 이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황이 없어서 공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담당 실무자들은 지난 8일 수족구병에 의한 영아 사망 사실을 알고도 이를 본부 내 상급자와 보건복지가족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빈축을 사고 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이처럼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수족구(手足口)병이란 무엇인가

국내에서 최근 수족구병으로 영아 1명이 사망한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