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업종별 입사시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입사 전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업종의 시험 유형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취업문이 아무리 바늘구멍이라도 통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통적으로 필기시험 비중이 높은 공기업과 금융회사와 달리 증권사와 유통업체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필기시험 대신 면접 가중치를 늘려가는 추세다.

◆은행권,논리 전개 치밀해야

은행 필기시험은 일반적으로 금융 및 시사상식 위주의 객관식 시험과 논술 등으로 구성된다. 상식은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문제가 아닌 시사 및 경제 관련 내용 위주로 출제된다. 논술시험에서는 주로 금융이나 경제와 관련 있는 특정 이슈에 대해 자신의 논리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를 측정한다. 따라서 은행 필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평소에 경제신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상식을 넓히고 논리 전개력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초 업무 능력을 검증하고 구술면접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만큼 평소에 경제와 금융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논리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3차 실무 면접 △4차 임원 면접을 거쳐 신입 직원을 선발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필기시험 때 인 · 적성 검사를 병행하며 하나은행은 1차 면접을 통과한 인원에 한해 필기시험을 치른 뒤 2차 면접을 실시한다. 필기시험에서는 보통 채용 인원의 3~5배수를 뽑는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필기시험 없이 면접으로만 인재를 선발한다. 대신 우리은행은 합숙면접 등 3차에 걸쳐 면접시험을 치르고 외환은행은 입행 후 5주간 연수를 마친 뒤 은행 업무 관련 필기시험을 실시한다.

◆공기업,한자 전문용어 섞어 쓰면 가산점

공기업은 워낙 수가 많다 보니 필기시험 유형도 각양각색이지만 보통은 전공시험,일반상식,논술시험,영어시험을 공통으로 본다. 영어시험은 토익이나 토플 등의 점수로 대체하는 곳이 많지만 연구직을 뽑는 일부 공기업은 별도의 영어시험을 치른다. 전공시험은 직군마다 다르다. 연구직은 각자 전공에 따라 세분화해 시험을 본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 관련 공기업은 경영학,법학,경제학,통계학,전산학 등이 전공시험 과목이다. 논술시험은 해당 주제에 대해 얼마나 충실한 논거를 서술하느냐를 측정한다. 개인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사실을 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험 주제는 대부분 공기업들이 공기업의 역할 등에 대해 기술하라는 문제를 내고 금융 공기업은 일반적인 경제현상과 경제이슈를 출제한다. 논술에서 한자를 사용하면 가산점을 주는 곳도 있다. 금융 공기업들은 한자 외에 전문용어를 많이 써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유통업체,면접 비중 높아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는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다. 대신 인 · 적성 검사와 토론,심층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다. 필기시험이 없는 대신 면접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

롯데그룹은 2007년부터 인 · 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면접은 1차 에세이 · 실무면접과 2차 인물면접으로 나뉜다. 에세이는 주어진 주제에 대해 면접 대기시간을 활용해 작성하게 된다. 실무면접은 개별 심층면접과 주어진 주제에 대한 생각을 30분간 정리해 20분가량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이다.

현대백화점은 채용 전형 중 1차 면접을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한다. 면접관이 지원자의 학력,가족관계 등을 일절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자 이름만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신세계 백화점 부문은 서류 전형에 이어 1차(에세이 · 실무면접)와 2차(인물면접)로 나눠 치른다. 실무면접은 40분가량 걸리는데 개별 심층면접과 테마에 따른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20분가량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으로 나뉜다. 2차 인물면접에선 면접관 5명이 조별 4~5명의 지원자에 대해 성실성과 윤리성 등에 초점을 맞춰 묻는다.

또 이마트 부문은 토론면접과 인물면접을 하루에 모두 진행한다. 토론면접에서는 지원자 4~5명이 한 조가 돼 주어진 주제에 대해 30분가량 토론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을 면접관이 평가한다.

◆건설업체,영어 구사능력 중요시

건설업체는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영어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글로벌 인재 확보 차원에서 2007년부터 토익 스피킹 테스트로 응시자들의 영어실력을 측정하고 있다. GS건설은 인 · 적성 검사를 거쳐 3~4명의 면접관이 직무 관련 문제를 내는 1차 면접을 치른다. 1차 면접은 기본 실무능력에 우선 순위를 두고 사고의 유연성과 독창성을 확인한다. 2차 면접은 임원이 참석한다.

포스코건설도 서류전형 이후 2단계에서 직무역량 평가로 토익 스피킹을 포함시켰다. 2단계에서는 영어시험 외에도 전공과 무관한 과제를 분석해서 발표하는 전형과 현업 전문가들이 전공지식을 면접 방식으로 평가하는 전형 등이 포함된다. 응시자 6~7명이 한 조를 이뤄 집단토론로 벌인다. 3단계는 임원과 그룹장들이 인성과 가치관을 평가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모두 3단계에 걸쳐 인재를 선발한다. 기본인성평가(SSAT)와 직군별 기본실무능력 및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그리고 임원 면접이다. 직군별 시사적인 주제에 대해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정호/정인설/박종서/장성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