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들리의 여왕' 김연자(50)가 국내 무대에 컴백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폐막 무대에서 부른 '아침의 나라에서'의 일본어 앨범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에 진출한 이후 22년 만이다.

일본에서 '엔카의 여왕'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김연자는 다음 달 중 국내에서 새 앨범을 내고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활동할 것을 선언한다.

최근 귀국해 새 앨범 녹음에 한창인 김연자를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있는 그녀 소유의 4층짜리 빌딩에 들어서자 일본에서 온 중년여성 팬들이 사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일본 가수들과 다른 방식으로 노래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쿠앙'하고 '김치'는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대부분의 일본 팬들은 제가 열창할 때 가슴이 뭉클하다고 합니다. 콘서트 중 마이크를 1m 이상 떼어놓으며 무대를 종횡무진하거든요. 속삭이듯 부드럽게 부르는 일본 가수들과 차별화한 것이죠.저같은 한국 가수들은 한 맺힌 노래를 많이 부르는 탓에 현지 가수들과 달리 호소력 있는 창법을 선사합니다. "

김연자의 일본 활동은 눈부시다. 20여 년간 50여 장의 앨범을 내며 일본레코드 대상을 받고 NHK의 홍백가합전에 세 차례나 섰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은 오리콘차트 엔카 부문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1년에 100일은 방송,100일은 음반 작업,100일은 콘서트에 나설 정도로 노래에 '올인'했다고 한다.

"엔카가 수양버들이라면 우리 가요는 소나무에 비유할 수 있어요. 꺾는 창법을 사용하는 엔카 멜로디는 장식적이지만 한국 트롯트는 소리에 감정을 담아 공중에 뱉어버리죠."

처음에 일본 프로듀서들은 그에게 엔카처럼 대화하는 방식으로 부를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던 그는 단순히 음을 낮춰 부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엔카식 창법도 익혀 공연에서 적절하게 안배했다.

2시간 내내 '열창'만 할 수는 없기 때문.1980년대 후반 인기 절정의 한국 활동을 접고 일본으로 떠난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1980년대 중반 여러 곡을 엮어 만든 '메들리 3집' 카세트는 700만 개나 팔렸지만 정작 제 자신의 히트곡은 없었어요. 그래서 미래가 불안했어요. 일본에서는 가수가 월급을 받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거든요. 1982년 결혼한 남편(재일교포 김호식씨)과도 떨어져 지내기 싫었고요. 남편은 지금 제 매니저로서 일본 내 음악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

다시 고국을 찾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간암으로 별세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데 후회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새 싱글 발매 이틀 만에 부친이 별세해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것.

"세 자매 중 장녀로서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귀국 직후 곧바로 달려간 곳이 아버지 산소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내에 나올 새 앨범은 송창식이 작사 · 작곡한 노래 '안돼''슬픈 얼굴 짓지 말아요''불꽃' 등을 담는다. 이 중 송창식이 부른 '슬픈 얼굴 짓지 말아요'와 정미조의 '불꽃'은 김연자가 처음 취입하는 곡이다.

글=유재혁/사진=강은구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