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9일 오후 김승연 한화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에서 밝힌 혐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처법)상의 공동 폭행,공동 상해,공동 감금, 업무방해,흉기사용 폭행,흉기사용 상해 등이다. 이들 혐의는 별개의 범죄행위가 중첩되는 이른바 실체적 경합으로 사실로 인정될 경우 가장 중한 범죄 장기형의 2분의 1까지 형량이 가중된다.

경찰은 우선 술집 종업원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김 회장이 경호원들과 함께 직접 종업원들을 때려 상처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폭처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한 형법상 상해죄의 2분의 1까지 형량을 가중처벌할 수 있다. 직접 때리지 않았더라도 김 회장이 폭행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집단 폭행에 해당돼 3년 이하 징역에 해당한다. 설령 김 회장이 집단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면 역시집단폭행범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게 된다.

경찰은 또 3월8일 사건 발생 시간대에 김 회장 차남과 협력업체 D토건 김모 사장 등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토대로 '체포감금죄'를 추가했다. 술집 종업원들을 납치·감금해 폭행현장인 청계산 기슭 공사장으로 직접 끌고 갔거나,최소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 본인은 물론 비서실장, 협력업체 사장도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을 청계산에 데려간 것은 맞는데 김 회장님 부자는 없었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회장이 청계산에서 피해자들을 폭행했다는 직접적인 물증은 없지만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진술한 반면 김 회장 측은 "청계산에는 아무도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말바꾸기를 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폭행과정에서 쇠파이프 등 흉기가 동원됐으며,술집을 오랜 시간 점거하고 사장과 종업원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해 술집 영업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씨가 사건 당일 현장 2곳에 있었던 사실을 밝혀냈지만 오씨가 해외로 출국하는 등 추가 수사가 필요해 조폭 관련 혐의는 이날 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병일/박민제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