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잘 타협하지 않는 성격인걸 보면 제게도 독립투사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요."

올해 3·1절 기념식의 사회를 맡은 박나림 아나운서(33)는 이번 행사를 진행하게 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독립 유공자였던 고(故) 박세영 선생의 친손녀인 박 아나운서는 "다른 행사 진행을 준비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세영 선생은 1928년 6월 광주고등보통학교 4학년 재학시 동맹휴교를 주도했다가 그해 10월 일본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이 일로 징역 10월의 옥고를 치렀지만 출옥 후에 일본노동조합전국협의회 조직에 관여하는 등 본격적인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다.

1935년 2월 또다시 징역 2년 6월간 옥살이를 하게된 그는 결국 당시 생긴 지병으로 1943년 12월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정부는 1993년 박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가 5살때 돌아가셨어요.

따라서 실제로 뵌적은 없지만 할아버지 사진을 보면 저랑 많이 닮으셨더라고요.

박 아나운서는 평소 할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었던 애틋한 감정을 애둘러 표현했다.

닮은 것은 외모뿐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주변에서 고집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 가족이나 친척들 모두가 그런걸 보면 독립투사인 할아버지의 기질을 이어받았나 봅니다."

박 아나운서는 독립 유공자 자손들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저희 아버지께서도 어릴때 어려운 시기를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비슷한 사연의 방송을 진행할때면 감정적이 돼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가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유공자 후손들에게 지급되는 연금 혜택이 더 많은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통장에 연금이 들어온다는 자체만으로 후손들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수 있습니다.

액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뿌듯한 마음을 좀 더 많은 이들이 느낄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1996년 문화방송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한 박 아나운서는 2004년 10월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현재 문화방송의 '공감! 특별한 세상',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일을 한지 만 10년이 됐는데 제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받은 사랑을 더 좋은 곳에 되돌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 보이겠습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