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법정에서 진상이 가려지게 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첫 공판이 20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공산주의 지하조직인 인혁당과 연계해 공산혁명을 기도한 혐의로 사형이 집행돼 숨진 고(故) 우홍선씨 등 8명에 대한 재심 공판을 열고 검찰의 기소요지 진술과 검찰ㆍ변호인의 모두진술(冒頭陳述)을 들었다.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검찰이 아니라 유신 시절 긴급조치 2호에 따라 설치된 비상군법회의가 수사와 기소, 재판을 맡았지만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적으로 재심에 임해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김형태ㆍ이유정ㆍ박승진 변호사 등 3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의 실체,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과 관계,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적용법조에 대한 의견 등 네 부분으로 나눠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측은 "공산지하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반국가단체인 인혁당이라는 조직 자체가 존재한 일이 없으므로 재건위도 있을 수 없다. 피고인들이 민청학련을 배후 조종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며 혐의의 허구성을 강조했다.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유신헌법에 반대 의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전복' 의사를 갖고 구체적 활동을 한 사실은 없다며 모두 부인했다. 피고인들의 긴급조치ㆍ국가보안법ㆍ반공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등 네 가지 죄도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실을 근거로 적용됐기 때문에 무죄라고 변호인측은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부터 곧바로 증거제출과 증거조사에 들어가기로 하고 수사기록이 방대한 만큼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특정 혐의에 대한 증거를 분리 제출하면 변호인측이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재판을 최대한 신속히 진행키로 했다. 이날 공판에는 숨진 피고인들의 유족 5명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고 하재완씨의 유족 이영교(72.여)씨는 "숨진 남편 대신 법정에 서니까 참 떨리더라. 지난 30년 동안 사회가 많이 좋아졌는데 이제는 우리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공판이 끝난 뒤 변호인측은 다음 공판에서 유인태ㆍ이철씨 등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히고 재심에서 증거조사가 대략 마무리되는 5∼6월께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형태 변호사는 "손배소는 과거 사법부의 대표적 오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이다. 향후 재판에서는 검찰 증거를 보고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4월24일 오후 2시 417호 법정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희 기자 zoo@yna.co.kr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