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물리적인 통일 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의 통일을 이뤄야 합니다." '2005 만해축전-세계평화시인대회'(대회장 고은)에 참가차 방한한 나이지리아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월레 소잉카(71)는 13일 금강산 여행을 마친 뒤 "이 행사에 북한 시인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남북한이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2일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 '2005 만해축전'에서 제9회 만해대상 문학부문상을 받은 소잉카는 "시인들은 험한 산속에서 금을 캐내는 광부처럼 세상에 좀더 밝은 빛을 주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세계평화시인대회에 참가한 110여명의 국내외 시인들과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 육로관광을 다녀왔다. 이어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시와 평화' 심포지엄에서 '창의성과 평화'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소잉카는 1986년 아프리카 흑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50년대에 영국 리즈 대학에 유학해 연극을 공부한 뒤 런던 왕립극장에서 배우와 감독 등으로 일했다. 그는 1960년 나이지리아로 돌아와 정치 권력을 비판하는 작품 '숲의 춤'을 공연하고, 내전 기간에 적극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가 1967-69년에 걸쳐 22개월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 그는 시집 '이단레' '옥중시편' '만델라의 땅', 소설 '통역자들' '무질서의 계절', 평론집 '신화, 문학, 아프리카' '예술, 대화, 그리고 분노' 등 다양한 책을 썼다. 현재 미국과 나이지리아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금강산 관광 후 소잉카와 일문일답. --금강산에 와본 느낌은 어떤가. ▲등산을 하지 못했다. (구룡연까지) 등산하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기에 호텔에 남아 있었다. 얼마 전 등을 다쳐서다. 호텔 문밖에서 본 것에 불과하지만 금강산의 웅장함과 교감했다. 내게 있어서 산에 대한 감정은 인간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 아름다운 산(금강산) 주위의 인간문화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도착하기전 남쪽의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보았던 인간문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와서 기분이 슬펐다. 나는 사물을 볼 때 그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문화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런 점에서 산에 대한 즐거움은 남쪽에서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소감은. ▲만해대상 수상금은 내가 관여하고 있는 재단에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적 의미는 없다. 내 작품 등을 인정받은 것은 좋지만 이 모든 형식이 내겐 부담스럽다. 주변의 시선과 관심이 내게 집중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고 썩 좋아하지도 않는다. 물론 만델라가 이 상을 받았고, 달라이라마가 이번에 함께 수상해 영광스럽다. 상을 받는 것보다 행사에 참석한 자체가 행복하고 좋다. --이번 금강산 세게평화시인대회에 북한 시인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 그리고 한반도 분단상황을 어떻게 보나. ▲북한의 시인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기분이 나쁜 정도를 넘어 분노감이 든다. 시인들이 문학적 행사에 참석하고 다른 시인들을 만나는 것을 정부가 막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북한 시인들이 이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8.15축전 참가 등)를 들었을 때 우롱받은 느낌이 들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분노를 느낀다. 남북한은 하나가 돼야 한다. 그러나 통일은 물리적인 통일 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 --만해대상 수상 소감에서 시인은 위안을 주는 존재라고 했는데. 그리고 이번 대회의 의미를 어떻게 보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먼저 말하자. 어떤 일이건 항상 뜻있는 사람들이 손과 마음을 모으는 일 자체에 의미가 있다. 독재에 대한 항거, 에이즈 퇴치, 환경문제, 아동학대문제 등 어떤 일이든 지식인들이 뜻을 합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고, 그 자체가 계속 여파를 일으키는 법이다. 시인이 위안을 주는 존재라는 것은 전쟁에 관한 시들을 생각할 때 답을 얻을 수 있다. 전쟁에 갈등하는 군인들에게 시가 주는 영향을 생각해 보자. 그것은 나쁜 의미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아니다. 나쁜 일(전쟁 등)이 생겨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시는 '경고성'을 담은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행사의 주제인 '평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심오한 것이고 수 편의 논문으로 써도 충분히 설명하는데 모자란다. 평화는 반드시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을 얻으려면 전세계의 정의가 있어야 한다. (금강산=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