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선 직전에 불거진 `총풍사건' 수사 때 총풍 3인방으로 꼽혔던 오모씨와 장모씨의 수사문건이 외부로 유출돼 이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김윤기 부장판사)는 오씨ㆍ장씨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수사 당시 가혹행위를 당한 것은 물론, 내부문건이 유출돼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장씨에게 4천만원, 오씨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내연의 여자와 결혼할 것이다', `1억원을 편취했다' 등 장씨의 사생활 부분이 담긴 안기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없다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 작성됐더라도 장씨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변호인과 접견교통권을 침해해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것이 인정되는 만큼 국가는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체감정 결과나 소견서 등을 종합할 때 안기부 수사관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오씨와 장씨는 1997년 대선 직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아ㆍ태평화위 관계자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위반)로 1998년 10월 기소돼 오씨는 징역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장씨는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