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사회적 가치판단과 직결된 주요 사건에 대해 해당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공개적인 변론재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내달 첫 공개변론을 실시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전원합의체 재판을 통해 공개변론이 진행되는 사건은 용인 이씨 사맹공파 33세손으로 출가한 여성 5명이 종중을 상대로 낸 종회 회원확인 청구소송으로, 기일은 내달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이씨 종중은 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아파트 건설업체에 판 후 같은해 12월 이 돈을 분배하면서 성년 남자에게는 1억5천만원씩을 지급한 반면 미성년자와 출가녀 등에 대해서는 1천650만원에서 5천500만원씩 차등지급했다. 이씨 등은 미성년자와 여성이 종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돈을 차등지급한 것과 분배가 아닌 증여의 형태로 지급된 것은 헌법상 남녀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소를 제기, `딸들의 반란'을 시도했으나 1,2심 모두 각각 패소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결정한 것은 종중이 분묘 유지와 제사, 상호 친목을 목적으로 한 단체였으나 근래 들어 제사 관념이 약화되고 분묘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종중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종중 재산 분배시 출가여성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하는 문제 뿐 아니라 성년 여성을 종중의 구성원으로서 인정할 것인가라는 쟁점까지 겹쳐 판결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최종영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전원 재판에 참석하며 이덕승 안동대 교수, 이진기 숙명여대 교수, 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이 참고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특히 공개변론에서 참고인 제도는 1,2심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사회적 관심이 쏠린 중요 사안의 경우 분야별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을 불러 직접 진술을 청취,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판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으며 이달초까지 40여일간 참고인석 마련, 음향시설 정비 등 대법정 시설공사를 실시했다. 손지호 대법원 공보관은 "이번 첫 공개변론은 법률심이라는 특성과 사건 폭주로 인해 그동안 대법원 법정이 선고의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 비춰 커다란 변화"라며 "대법원의 기능을 재조명하고 국민신뢰 제고 차원에서도 매년 수차례 공개변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