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기기 제작업체인 동원EnC, 호텔 및 골프장 운영업체인 오라관광, 백신개발업체 동신제약, 전자부품업체인 LG마이크론...' '2003년 상반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30개 기업들은 대체로 몇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도 다른 회사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다. 수상업체의 상당수가 과거 순탄치 않은 노사관계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동원EnC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악성 분규 사업자'의 대명사였다. 노사간 대립으로 89∼92년 파업과 직장폐쇄를 거듭했다. 오라관광도 80년대 극심한 노사분규를 해마다 겪었다. 동신제약에 비하면 이들은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동신제약은 임금협상과 단체협상 때마다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회사가 부도나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노사갈등으로 회사가 흔들리는 위기를 경험한 뒤 새로운 '열린 경영,투명 경영'이란 노사문화를 창출, 회사 경쟁력을 높였다는 것. 동원EnC는 격심한 노사갈등 과정을 거치면서 노사 모두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 대표가 매일 생산현장을 방문,근로자들의 고충과 제안을 수렴하고 있다. 오라관광도 노사분규 이후 투명경영, 자율경영을 통해 노사파트너십을 형성했다. 동신제약도 회사부도로 종업원 절반이 실직하는 아픔을 겪은 후 노조가 스스로 임금 및 상여금 반환을 통해 회사회생을 앞장섰다. 마지막으로 이들 회사는 노사갈등과 화합의 과정을 거쳐 현재는 동종업계 그 어느 업체보다 우량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오라관광의 경우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관광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수년간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동신제약도 기업인수합병(M&A)이후 오히려 직원을 1백30여명 보강하는 등 완전히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 수상기업들의 사례는 사회안정은 물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뤄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산업현장의 노사평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99년부터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신노사문화 운동의 중요성과 조기 정착의 당위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속에 극한적인 투쟁은 노사공멸을 자초할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오면서 노사 서로가 '내부고객(사원)의 만족없이는 외부고객의 만족도 없다', '회사가 먼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라는 값비싼 교훈을 경험적으로 얻은 것은 그마나 다행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가 벌인 신노사문화창출 캠페인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 등의 주최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일원에서 열린 '노사평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국민 마라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노사화합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계기였다. 이날 행사에선 6백53개 기업의 노사관계자 8천여명이 참석, 노사화합의 정신을 드높였다. 참가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노사화합 막강' 등의 구호를 외치며 노사협력을 다졌다. 이런 신노사문화 바람이 모든 산업현장에 정착될 때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세계최고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